[ 이웅근 회장 약력 ]

<> 32년 서울생
<> 55년 서울상대 경제학과 졸업
<> 57년 서울상대 경제학 석사
<> 58년 미네소타대학 경영학 석사
<> 59~76년 서울대 교수
<> 68년 서울대 경제학 박사, 한국 공인회계사협회 회장
<> 85년 서울시스템 설립

------------------------------------------------------------------------

"새로운 밀레니엄과 때를 맞춰 2천년 한국사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하게 돼 감회가 남다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도 한국사
의 디지털화에 바치고 싶습니다"

전자출판전문업체 서울시스템의 이웅근(67)회장.

그는 아무도 손대려하지 않던 "디지털 한국사"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어 이제
2천년 한국사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뜻깊은 작업의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92년 조선왕조실록을 DB로 만들기 시작한지 8년에 걸친 역사다.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왕, 4백72년간에 걸친 조선시대 정치 경제 문화를
상세히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CD롬으로 담아 지난 97년 세상에 내놓았다.

98년에는 고종.순종실록까지 CD롬에 추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동양학연구소의 제임스 루이스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CD롬을 본 후 "타임머신을 타고 5백년 역사를 몇분만에 여행한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서울시스템은 이번에 1천년의 삼국시대를 기록한 삼국사기를 CD롬으로 만든
"CD롬 역주삼국사기"를 완성, 27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출간식을 가졌다.

남은 고려사 5백년은 동아대학교와 공동작업중으로 2000년 1월 고려사
CD롬이 출간된다.

20년간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쳐온 이 회장이 서울시스템을 설립한 것은
지난 85년.

그의 나이 53세였다.

한창 후학을 키울만 할 때 사업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라는 말조차 낯선 시기에 10년을 내다보고 전자출판이라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자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글꼴(Font) 개발과 신문제작시스템을 개발해 큰
성과를 올렸다.

지금 국내 신문사의 약80%가 서울시스템의 신문제작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탄탄한 성장을 계속하던 서울시스템은 지난 97년 IMF체제를 맞으면서 위기를
만났다.

회사의 부도는 이 회장의 인생에서 가장 큰 난관이었다.

자신의 집은 물론 아들이 살던 집까지 경매로 넘어갔다.

개인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직원들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이 회장은 "회사와 직원들 생각에 밤 잠을 이룰수 없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디지털 한국사를 만드는 작업을 중단할 수 없었다.

"우리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신념으로 직원들을 독려했다.

결국 그 일을 이번에 끝냈다.

"월급을 못받으면서도 밤을 새워 일해 준 직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이라고 이 회장은 말한다.

서울시스템은 벌써 화의에서 벗어났다.

부도 1년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낸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도움이 컸다.

캐나다에서 5백만달러를, 유럽 기업에서 1천2백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게 더 많다"고
말한다.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결국 경쟁력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얘기다.

< 김경근 기자 choice@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