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간 ''비즈니스 글쓰기'' 차이 ]

팩스 E메일 인터넷의 성장은 국제비즈니스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글쓰기(writing)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비즈니스의 활동무대가 없어짐에 따라 이제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업파트너를 연결시켜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이번 강좌는 바로 이러한 물리적 거리(Physical distance)와 문화적 배경
(Cultural backgrounds)이 다른 동.서양 두 나라인 한국과 미국을 예로 들어
이들 국가간의 비즈니스 글쓰기(Business writing) 스타일의 경향을
알아본다.

한국문화와 미국문화는 각국 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맥락(Context)상
서로 정반대에 위치한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고맥락(high-context) 문화에서는 정보의 상당한
부분이 전체적인 상황이나 여기에 포함된 개인과 개인의 관계속에 내재화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속에서는 무언의, 혹은 글로 표현되지않는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시되며 글을 읽는 사람도 메시지에 담겨진 "행간의
숨은 뜻"을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는 미국과 많은 유럽문화권 국가들이 속한 저맥락(low-context)
사회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매우 대조를 이룬다.

즉 이러한 문화권에서는 "실제로 말해지고 쓰여지는 것"에 정보의 대부분이
포함돼 있으며 정확하고 명쾌한, 모호하지 않은 글쓰기에 가치가 부여된다.

한국에서와 같이 "행간의 숨은 뜻을 읽어내야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공유된 정보에 대해선 흔히 표현을 생략하는데, 이 사회에 속한 개인들은
이러한 모호함 자체를 당연시여긴다.

예를 들어 사업상의 거래에서 혹은 사업상의 파트너 사이에서 어떤 어려움
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인들은 이를 모호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며,
읽는 사람이 직접 발생된 문제나 이슈를 찾아내도록 한다.

즉 이러한 사회에서는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을 요하는 서구적인
접근방식은 무례한 것으로 간주되곤한다.

그러나 이러한 두가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에게 각기 서로 다른 요구를 한다.

즉 미국과 같은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에게 모든 정보를 명확히 전할 책임이 있다.

즉 서구문화에서의 글쓰기의 특성은 간결하고 명료하며 논리정연하고
솔직함이 배여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한국과 같은 고맥락 사회에선 무례하고 지나치게
단순하며, 뻔한 사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동양의 독자들은 참을성이 있으며
지적으로 보여지는 반면 서구의 독자들은 분명하고 빈틈없지만 지나치게
따지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에서의 글쓰기는 그 정보의 구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즉 전형적인 고맥락 문화는 미괄식기술(final-focus) 전략을 선호하는데
이는 메시지 요점이 원인이나 설명 뒤에, 즉 문장의 끝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효율적인 의사소통방법으로서 "요점을 명확히 집기
(get to the point)"를 지향하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성장한 저맥락
사회에서는 이해가 어렵다.

즉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글의 요점을 앞에 두고 그 뒤에 설명을
붙이거나 상세한 정보를 기술하는 두괄식기술(initial-focus) 전략을
선호한다.

고맥락,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비교적 개인적 집단적인 문화의
속성과 유사하게 나타나며 비즈니스 글쓰기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인들은 비즈니스상의 글쓰기에 있어서 자신의 개인적인 내용은 담지
않는다.

즉 글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직접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서구의 스타일과는
달리 한국의 비즈니스 글쓰기스타일은 글을 읽는 상대 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 각국을 상대로 국제 비즈니스맨들과 같이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한국
사업가들은 실제로 미국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네이티브 스피커와 같은 완벽한 구사가 아니더라도 서로간 의사소통
을 가능케하는 전세계 공통의 비즈니스영어가 존재하게 되었지만,
문화적 배경에 뿌리를 둔 채 개인이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그대로
존재한다.

따라서 공통된 언어를 사용한다 할지라도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는
아직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

이런 차이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제비즈니스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때로는 심각한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제프리 힐튼 < 헬싱키 경제경영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