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에 임하는 한국의 협상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뉴라운드를 주도할 미국의 의중을 살피면서 EU(유럽연합) 일본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입장이다.

30일과 1일(현지시간) 이틀간 시애틀 개막회의 대표연설을 통해 미국과
EU의 협상기조가 드러남에 따라 한국의 전략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EU를 중심으로 일본 한국등 농산물분야에서 입장을 같이하는 동조
세력이 20개국으로 불어나고 있어 미국과 EU 연합세력으로 시애틀협상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한국은 임산물과 수산물 등 현실적으로 끝까지 버티기 힘든 분야는 빨리
버리고 농산물과 반덤핑 분야 등에서 실익을 취한다는 계산이지만 미국의
시각과 워낙 차이가 커 한국의 주장이 어느정도 "시애틀 선언문"에
담겨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 뉴라운드 적극 지지 =한국은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이후 무역자유화협정
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수출촉진)을 받았다고 본다.

따라서 뉴라운드 협상의 조기타결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보호주의 기운을 가라앉히고 시장개방을 촉진하는데 앞장서기로 했다.

1일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이 대표연설에서 "한국은 지난 50년간 다자간
무역자유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자평한데서도 이같은 협상기조가
드러난다.

<> EU 등과 연대를 위한 협상 눈높이 조정 =한국은 뉴라운드 조기출범을
위해 너무 경직된 협상목표를 설정할 경우 국제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특히 EU와의 연대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은 지난 30일 임산물과 수산물 개방협상을 공산품과 분리해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한국은 그동안 일본과 더불어 임.수산물 시장개방에 폐쇄적인 자세를 보여
왔으나 두 나라간의 공조만으로는 관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물러서기로 했다.

정우성 외교부 다자통상국장은 "임.수산물중 상당부분은 어차피 수입해야
하는 것들인데다 이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EU와의 공조에서 따돌림을 당할
경우 농산물 등 향후 다른 핵심협상에서 훨신 불리해진다"고 임.수산물
카드를 버리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미국 등의 반덤핑남발에 대응한 협정개정 가능성 희박 =한국은 농산물
및 임.수산물 협상에서 불리하더라도 공산품 관세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미국
등의 반덤핑남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반덤핑협정 일부 수정)를 마련할
경우 뉴라운드는 "이기는 게임"이라고 판단해 왔다.

그러나 시애틀 개막회의에서 미국이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반덤핑
남발 제재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한국측 협상대표단도 "미국은 유럽 일본 한국 등이 반덤핑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경우 뉴라운드를 깨자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아주 어렵게 됐다"고
실토했다.

<> 반덤핑과 경쟁규범 연계 등 뉴이슈 적극 논의 =한국은 뉴이슈에 적극적
으로 동참함으로써 반덤핑 등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회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 등의 반덤핑남발은 글로벌경제의 확산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편적
으로 통용되는 경쟁정책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상충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덕수 본부장이 대표연설에서 "경쟁규범에 관한 합의 없이 시장개방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시애틀=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