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다시금 절약을 외쳐보지만 .. 변도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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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도은 < 본사 논설고문 >
지난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가운데는 거리에 나부끼는 각종 현수막과
플래카드의 홍수에 의아해하곤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북미나 서구 선진국 사람들 중에 한국이 초행인 여행객이 특히 그랬다.
그들에겐 퍽 낯선 풍경이었던 것이다.
현수막과 플래카드 중엔 각종 행사안내와 상업광고 선전물 말고도 그때그때
벌어지는 온갖 캠페인과 정책홍보성 구호가 많았다.
과거 개발연대와 군사정권 시절에는 특히 그랬다.
그런데 근자에는 많이 줄었다.
무질서한 간판, 서울시 당국이 참다못해 최근 규제하겠다고까지 나선
적색간판이 문제이긴 하지만 거리 모습이 예전과 비교해서는 한결 깨끗해진
느낌이다.
그런 캠페인과 구호가 요란했던 가장 최근의 예라면 아마 IMF위기의 초기
얼마동안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1년 열두달 3백65일 무슨무슨 달과 날이 아닌 때가 드므니까 아직도
더러 있긴 하다.
또한 내년 봄 총선때는 다시금 온갖 구호와 선전물들이 거리를 메우게 될
테지만.
지구촌에는 지금 석유비상이 걸려 있다.
지난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총회가 멕시코 노르웨이 오만 러시아 등 4개
비 OPEC산유국들까지 합세한 가운데 단행한 하루 2백10만배럴 감산결의가
이번에는 제대로 먹혀든데다 얼마전에는 또 이라크가 유엔의 석유-식량
연계프로그램을 6개월이 아니라 고작 2주간만 연장한 조치에 반발해 하루
2백30만배럴씩 해오던 석유수출을 중단하기로 함에따라 엄동을 앞두고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바람에 금년 2월까지만 해도 우리가 주로 들여오는 중동의 두바이산
기준 배럴당 10달러꼴이던 원유 가격이 꾸준히 올라 8월에는 마침내 20달러
선을 넘어선 뒤 일진일퇴하면서 25달러 안팎에서 기복을 보이다가 이라크와
기타 중동 산유국들의 태도가 다소 유연해지는 기미를 보이자 최근에 와서는
23달러선까지 내려가는 등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국제석유전문가들은 한 때 유가가 어쩌면 조만간 30달러까지 뛸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자못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지배적인 관측은 그렇게까지 뛰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우리 정부당국과 업계도 대체로 희망적인 관측쪽으로 기울고 있다.
보름전 국제유가가 막 뛰기 시작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반 국민들은 그나마 기름걱정을 아예 잊은 듯한 모습이다.
하긴 어제부턴 주유소 기름값도 내렸으니까 무리도 아닐 터이다.
하지만 기름문제는 우리에게 절대로 마음을 놔도 괜찮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최근의 사태를 기름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새삼 환기시켜
주는 교훈이자 경고로 받아들여 차제에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그 점을 모르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야 준비가 된
탓인지 어제는 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 회의를 갖고 기름을
포함한 국가의 에너지절약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어쩌면 우리는 또 한차례 요란한 에너지절약캠페인과 구호, 그리고
현수막의 홍수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보인다.
사실 대책이라야 절약 말고는 달리 뾰족한 게 있을 수 없다.
그 내용도 언제나 해오던 대로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저소비형으로
바꾸고 가정 상업 수송 등 기타 부문 에너지소비를 최대한 절약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역시 이번에 그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절약노력의 고삐를
새삼 한번 더 강력하게 당겨보자는 생각인 듯하다.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앞으로 구호도 물론 있어야겠고 국민운동도 필요할
것이다.
절약시설투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어느것이나 에너지소비절약에 도움은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것만으로는 부족한 우리의 과거 경험과 오늘의 현실이다.
1,2차 오일쇼크를 겪고난 뒤에도 우리의 에너지소비는 지금껏 절대량에서나
GDP탄성치에서 그다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가전제품, 자동차는 물론 심지어 아파트와 빌라까지 대형을 더 선호하는
풍조이고 정부의 절약시설 지원은 외면당하고 있다.
그간의 온갖 대책과 일과성 절약운동이 결국은 실패했다는 증거다.
우리는 이제 에너지절약에 관한 한 인식과 접근방법 자체를 바꿀 때가
되었다.
우선 목표를 실현할 때까지 일관성있게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일과성으로는 안된다.
둘째 가격도 물론 중요하지만 급증하는 수량이 더 큰 문제다.
셋째 절약해야 할건 기름과 천연가스 같은 필수 수입에너지뿐이 아니다.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도 같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이나 국민 모두는 잊어서는
안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값의 고저, 양의 다과에 관계없이 검약이 몸에
배어 생활화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도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
지난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가운데는 거리에 나부끼는 각종 현수막과
플래카드의 홍수에 의아해하곤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북미나 서구 선진국 사람들 중에 한국이 초행인 여행객이 특히 그랬다.
그들에겐 퍽 낯선 풍경이었던 것이다.
현수막과 플래카드 중엔 각종 행사안내와 상업광고 선전물 말고도 그때그때
벌어지는 온갖 캠페인과 정책홍보성 구호가 많았다.
과거 개발연대와 군사정권 시절에는 특히 그랬다.
그런데 근자에는 많이 줄었다.
무질서한 간판, 서울시 당국이 참다못해 최근 규제하겠다고까지 나선
적색간판이 문제이긴 하지만 거리 모습이 예전과 비교해서는 한결 깨끗해진
느낌이다.
그런 캠페인과 구호가 요란했던 가장 최근의 예라면 아마 IMF위기의 초기
얼마동안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1년 열두달 3백65일 무슨무슨 달과 날이 아닌 때가 드므니까 아직도
더러 있긴 하다.
또한 내년 봄 총선때는 다시금 온갖 구호와 선전물들이 거리를 메우게 될
테지만.
지구촌에는 지금 석유비상이 걸려 있다.
지난 3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총회가 멕시코 노르웨이 오만 러시아 등 4개
비 OPEC산유국들까지 합세한 가운데 단행한 하루 2백10만배럴 감산결의가
이번에는 제대로 먹혀든데다 얼마전에는 또 이라크가 유엔의 석유-식량
연계프로그램을 6개월이 아니라 고작 2주간만 연장한 조치에 반발해 하루
2백30만배럴씩 해오던 석유수출을 중단하기로 함에따라 엄동을 앞두고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바람에 금년 2월까지만 해도 우리가 주로 들여오는 중동의 두바이산
기준 배럴당 10달러꼴이던 원유 가격이 꾸준히 올라 8월에는 마침내 20달러
선을 넘어선 뒤 일진일퇴하면서 25달러 안팎에서 기복을 보이다가 이라크와
기타 중동 산유국들의 태도가 다소 유연해지는 기미를 보이자 최근에 와서는
23달러선까지 내려가는 등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국제석유전문가들은 한 때 유가가 어쩌면 조만간 30달러까지 뛸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자못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지배적인 관측은 그렇게까지 뛰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이다.
우리 정부당국과 업계도 대체로 희망적인 관측쪽으로 기울고 있다.
보름전 국제유가가 막 뛰기 시작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반 국민들은 그나마 기름걱정을 아예 잊은 듯한 모습이다.
하긴 어제부턴 주유소 기름값도 내렸으니까 무리도 아닐 터이다.
하지만 기름문제는 우리에게 절대로 마음을 놔도 괜찮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최근의 사태를 기름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새삼 환기시켜
주는 교훈이자 경고로 받아들여 차제에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그 점을 모르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제야 준비가 된
탓인지 어제는 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 회의를 갖고 기름을
포함한 국가의 에너지절약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어쩌면 우리는 또 한차례 요란한 에너지절약캠페인과 구호, 그리고
현수막의 홍수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보인다.
사실 대책이라야 절약 말고는 달리 뾰족한 게 있을 수 없다.
그 내용도 언제나 해오던 대로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저소비형으로
바꾸고 가정 상업 수송 등 기타 부문 에너지소비를 최대한 절약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역시 이번에 그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절약노력의 고삐를
새삼 한번 더 강력하게 당겨보자는 생각인 듯하다.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앞으로 구호도 물론 있어야겠고 국민운동도 필요할
것이다.
절약시설투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어느것이나 에너지소비절약에 도움은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것만으로는 부족한 우리의 과거 경험과 오늘의 현실이다.
1,2차 오일쇼크를 겪고난 뒤에도 우리의 에너지소비는 지금껏 절대량에서나
GDP탄성치에서 그다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가전제품, 자동차는 물론 심지어 아파트와 빌라까지 대형을 더 선호하는
풍조이고 정부의 절약시설 지원은 외면당하고 있다.
그간의 온갖 대책과 일과성 절약운동이 결국은 실패했다는 증거다.
우리는 이제 에너지절약에 관한 한 인식과 접근방법 자체를 바꿀 때가
되었다.
우선 목표를 실현할 때까지 일관성있게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일과성으로는 안된다.
둘째 가격도 물론 중요하지만 급증하는 수량이 더 큰 문제다.
셋째 절약해야 할건 기름과 천연가스 같은 필수 수입에너지뿐이 아니다.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도 같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이나 국민 모두는 잊어서는
안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값의 고저, 양의 다과에 관계없이 검약이 몸에
배어 생활화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도 역시 기본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