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의의 피해자 구제해야 ]

"불가항력에 대한 사회적 배려냐"

"신용사회 정착이 우선이냐"

정부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신용불량자 사면의 양면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97년말 갑자기 밀어닥친 외환위기는 1백만명이라는 신용불량자를 새로
양산했다.

고금리에다 신용경색까지 겹쳐 불가항력적으로 부도를 낸 기업주로부터
보증을 잘못 섰다가 전재산을 날리고도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인 사람들까지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은행거래가 곤란하고 입찰자격이 박탈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종의 "천재지변" 사태를 맞아 불가항력으로 저지른 일인 만큼 신용기록
에서 삭제함으로써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는 것이 사면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들을 사면해줄 경우
신용사회 정착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신용정보가 손상돼 이를 재축적하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될 뿐아니라 신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선례를 남겨 도적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
하고 있다.

또 같은 상황하에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성실히 신용을 지켜온 사람들과의
형평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일리있는 지적이다.

따라서 사면은 신용사회 정착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신중히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이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특수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면인
만큼 이에 맞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외환위기 사태라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신용
불량자가 되지 않았을 선의의 피해자를 골라내는 일이 중요하다.

IMF 관리체제 이후 실직이나 도산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우선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들에게 보증을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신용불량의 정도도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

부정수표단속법 위반같은 신용사회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불량자를 포함하는
것은 곤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이 사면에 소극적인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들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실은 상당부분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메워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면에 무작정 소극적이어서는 곤란하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도 IMF 관리체제라는 불가피한 상황하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최경환 논설위원겸 전문위원 kghwcho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