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밑그림이 최근 며칠새 달라졌다.

잘나가던 정보통신주가 주춤거린다.

대신 제약주를 필두로 관심권 밖에 있던 종목들이 고개를 힘차게 들고 있다.

블루칩중에서도 소외됐던 자동차 은행주들까지 꿈틀거린다.

"정보통신주가 아니면 주식도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던 지난달 상황과는
크게 달라졌다.

증시관계자의 반응도 갖가지다.

정보통신주라는 확실한 주도주가 힘을 잃었다는 점에서 비관론을 내놓는
이가 있다.

이들은 지수 1,000고지를 확실히 돌파할 선도세력이 없어졌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매기가 정보통신주에서 주변주로 확대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특히 일반투자자들의 선호종목인 제약주나 건설주가 꿈틀거린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입을 모은다.

어차피 기관들은 연말까지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여건이 안된다.

따라서 외국인이 혼자 끌어가는 증시를 개인들이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면
증시의 체력은 그만큼 강해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 어떤 종목이 오르나 =미인주로 발돋움하고 있는 종목은 크게 두가지다.

실적과 내재가치가 우수한 종목과 장기간 소외된 종목들이다.

여기에 일부 업종은 성장성까지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제약주다.

제약주는 2일 거의 전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의약분업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전문의약품에 국한돼 업체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현대증권 조윤정 선임연구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이 간암 진단용 키트를 곧 성업화하는 등 기술개발에 따른
바이오칩으로의 부상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초강세를 띠고 있다.

건설주도 꿈틀거린다.

연중내내 "지금이 바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게 건설주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업종이기도 하다.

"내년 건설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무구조가 건실한 종목에 조금씩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한 증권전문가는 말했다.

이밖에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은행주와 증권주도 장중 반등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이고 있다.

<> 증권가 반응 =엇갈리지만 긍정론에 더 무게가 실린다.

비관적으로 보는 측은 확실한 주도주의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연구위원은 "선도주가 힘을 상실하면 다른
종목이 바통을 받는데 상당한 진통이 따른다"며 단기적으로는 매기의 확산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주 이외 여타 종목의 부상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최근의 주가움직임은 밀레니엄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제약주의 부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이라는
시각도 많다.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기대로 제약주가 부상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업내용이 우량하지만 코스닥 열기등으로 시장에서
소외된 중저가주도 관심권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 투자전략 =정보통신 위성방송 생명공학등 테마주를 따라가되 옥석을
구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추세가 살아있는 종목군을 따라가되 그
안에서도 우량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테마가 형성될 경우 빠른 속도로 테마를 따라 순환매가 돌
가능성도 있는 만큼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주현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