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웬 공사."

연말을 앞둔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사에 분주하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교체하는 가 하면 도로를 재포장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더군다나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길을 가로막고 동시다발로 공사를 벌이는
통에 곳곳에서 통행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시민의 안전이나 공공근로인력의 취로사업 등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연말 예산처리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확보된 예산을 쓰지 않으면 "불용예산"이 돼 이듬해 예산편성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써서 없애자"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사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는 폭 20m이상 도로중
공사기간이 1개월이 안되는 현장이 51곳이나 된다.

지하철공사 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느닷없는 도로포장이나 부분확장
등은 연말을 앞두고 갑자기 공사를 시작한 현장들이다.

특히 연말이면 각 구청과 한전 가스공사 등이 서울시의 승인없이 무더기로
공사를 벌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초구는 지난달부터 방배로에서 "버스베이" 공사를 하고 있다.

버스베이는 버스 정차를 쉽게하기 위해 도로 한쪽을 우묵하게 하는 것.

서둘러 마쳤어야 할 사업을 동절기에 시작하는 것도 그렇지만 1개차선을
가로막아 출퇴근 시간엔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태평로1가동 서울시청 옆 이면도로도 최근 케이블공사로 도로가
파헤쳐졌다.

지금은 한창 복구작업을 진행중이나 주변이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40)씨는 "툭하면 멀쩡한 길을 파헤처 복잡하게
만든다"며 "작년에도 길을 뒤집어 엎었었는데 아예 연례행사가 돼 버렸다"고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구청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소규모 사업들은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대체로 동마다 한두곳 씩은 보도블럭 교체나 도로수선, 골목길 재포장,
시설물 도색, 공원 보수 등으로 "공사중"이다.

골목길 주차가 어려울 정도다.

서울시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연말 공사"는 배정받은 예산을 쓰기
위한 불요불급한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불용액으로 처리될 경우 관련 공무원이 문책을 받는 것은 물론 다음해
유사사업에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예산낭비가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겨울철 공사는 중간에 중단되거나 부실화될 우려가 높다.

시민들은 "연초부터 꼼꼼하게 예산집행 계획을 세워 재정을 아끼는 행정이
아쉽다"며 "쓰지도 못할 예산을 미리부터 넉넉하게 잡아놓는 풍토부터
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남궁덕 기자 nkdu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