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천문학, 세계와 '어깨'..천문석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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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석 < 연세대 교수 / 천문우주학과 >
20세기를 마감하는 시간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엄청난 희생자를 낸 지진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고 홍수와 가뭄 등으로 또
얼마나 많은 지구인들이 고통을 받았는지 모른다.
인종 갈등 때문에 빚어진 동구권과 체첸의 전쟁은 또다른 억울한 죽음을
양산해 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언제나 시끄럽고 싸움이 잦은 국회는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
전혀 새로운 것이 없지만 옷로비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언론문건,
조폐창 사건은 아직도 활화산이다.
무언가 불안하고 살얼음위를 걷는 것같은 심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빨리
20세기가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자신을 천문학자로 소개하면 "어떻게
이름이 전공과 똑같습니까"로 시작한다.
"요즘의 날씨가 왜 이 모양입니까"로 끝나면 천문학을 기상학과 혼돈해서이
다.
특히 요즘엔 대학마다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학부제 탓에 학부모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곧잘 이런 질문을 받는다.
"천문학은 별만 쳐다본다는데 밥이나 굶지 않을까요"
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하고 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천문학만 전공하며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남에게 빚지지
않았으니 밥은 굶지 않는다고.
주위의 천문학 전공자 가운데 그 힘든 IMF관리체제 아래서도 실직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천문학은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소위 비인기 과목중의
하나다.
그러나 비인기 과목이라서 학문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선입관
은 잘못된 것이다.
전세계에서 매년 발간되는 1만6천여개의 주요 국제 학술지 게재논문에 관한
미국과학정보연구소(ISI)의 통계자료를 보자.
이 자료들은 각종 연구활동에 관한 평가지표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연구자
개인, 소속기관,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의 학술역량을 보여주는 객관적 기초
자료이다.
지난 94~98년의 한국과학에 대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각종 학술지에서의
한국인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0.99%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역량에 비추어 볼 때 매무 낮은 편이다.
한국논문의 양적 기여도를 보면 재료과학 공학 물리학 전산과학 등이 2%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천문학은 0.54%에 그친다.
이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자의 수가 50여명에 불과하므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논문의 양적인 기여도보다 더욱 중요하게 쓰이는 척도는 질적인 기여도이다.
임팩트 팩터라고 불리는 이 수치는 발표된 논문이 얼마나 자주 다른 학자들
의 논문에 인용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해당 학문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 논문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척도이다.
자료에 의하면 국제수준과 비교한 한국논문의 수준격차는 대부분 40~50%
수준이다.
한국논문의 인용정도가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수준에 크게 뒤떨어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 분야에서만 유일하게 세계수준의 97%에 달한다.
한국 천문학이 세계수준과 대등한 인용빈도수를 갖는 우수 논문이 양산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천문학만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이다.
천문학이 이러한 평가를 받게된 데에는 비인기 학문이지만 연구에서만은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우리 천문학자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연세대는 이영욱 교수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자들의 노력으로 새 은하형성
이론을 발표, 세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 1910년대에 미국인 베커에 의해 천문학 강의가 개설됐다.
이 강의 덕분에 이원철 박사가 미국 시카고대학으로 유학 가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1924년께 받았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것이 한국에서는 이공학 분야 최초의
박사학위이다.
이런 개척자적인 학문의 뿌리가 한국 천문학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린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천문학의 이런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천문학 예산은 전체
과학분야 예산중 0.1%에 그친다.
천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전체 과학분야 예산중 5%만 투자하면 10년안에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 최초의 이공학 박사가 천문학에서 나온 것처럼 노벨상도 천문학에서
탄생할 것이다.
우리 천문학 연구 능력이 모든 학문중 유일하게 세계수준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 mschun@galaxy.yonsei.ac.kr >
-----------------------------------------------------------------------
<> 필자 약력
=<>연세대 물리학과
<>호주 국립대 천문학 박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한국우주과학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
20세기를 마감하는 시간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엄청난 희생자를 낸 지진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고 홍수와 가뭄 등으로 또
얼마나 많은 지구인들이 고통을 받았는지 모른다.
인종 갈등 때문에 빚어진 동구권과 체첸의 전쟁은 또다른 억울한 죽음을
양산해 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언제나 시끄럽고 싸움이 잦은 국회는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
전혀 새로운 것이 없지만 옷로비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언론문건,
조폐창 사건은 아직도 활화산이다.
무언가 불안하고 살얼음위를 걷는 것같은 심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빨리
20세기가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자신을 천문학자로 소개하면 "어떻게
이름이 전공과 똑같습니까"로 시작한다.
"요즘의 날씨가 왜 이 모양입니까"로 끝나면 천문학을 기상학과 혼돈해서이
다.
특히 요즘엔 대학마다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학부제 탓에 학부모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곧잘 이런 질문을 받는다.
"천문학은 별만 쳐다본다는데 밥이나 굶지 않을까요"
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하고 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천문학만 전공하며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남에게 빚지지
않았으니 밥은 굶지 않는다고.
주위의 천문학 전공자 가운데 그 힘든 IMF관리체제 아래서도 실직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천문학은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소위 비인기 과목중의
하나다.
그러나 비인기 과목이라서 학문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선입관
은 잘못된 것이다.
전세계에서 매년 발간되는 1만6천여개의 주요 국제 학술지 게재논문에 관한
미국과학정보연구소(ISI)의 통계자료를 보자.
이 자료들은 각종 연구활동에 관한 평가지표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연구자
개인, 소속기관,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의 학술역량을 보여주는 객관적 기초
자료이다.
지난 94~98년의 한국과학에 대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각종 학술지에서의
한국인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0.99%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역량에 비추어 볼 때 매무 낮은 편이다.
한국논문의 양적 기여도를 보면 재료과학 공학 물리학 전산과학 등이 2%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천문학은 0.54%에 그친다.
이는 천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자의 수가 50여명에 불과하므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논문의 양적인 기여도보다 더욱 중요하게 쓰이는 척도는 질적인 기여도이다.
임팩트 팩터라고 불리는 이 수치는 발표된 논문이 얼마나 자주 다른 학자들
의 논문에 인용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해당 학문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 논문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척도이다.
자료에 의하면 국제수준과 비교한 한국논문의 수준격차는 대부분 40~50%
수준이다.
한국논문의 인용정도가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수준에 크게 뒤떨어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 분야에서만 유일하게 세계수준의 97%에 달한다.
한국 천문학이 세계수준과 대등한 인용빈도수를 갖는 우수 논문이 양산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천문학만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이다.
천문학이 이러한 평가를 받게된 데에는 비인기 학문이지만 연구에서만은
결코 뒤지지 않겠다는 우리 천문학자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연세대는 이영욱 교수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자들의 노력으로 새 은하형성
이론을 발표, 세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 1910년대에 미국인 베커에 의해 천문학 강의가 개설됐다.
이 강의 덕분에 이원철 박사가 미국 시카고대학으로 유학 가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1924년께 받았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것이 한국에서는 이공학 분야 최초의
박사학위이다.
이런 개척자적인 학문의 뿌리가 한국 천문학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린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천문학의 이런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천문학 예산은 전체
과학분야 예산중 0.1%에 그친다.
천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전체 과학분야 예산중 5%만 투자하면 10년안에
한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 최초의 이공학 박사가 천문학에서 나온 것처럼 노벨상도 천문학에서
탄생할 것이다.
우리 천문학 연구 능력이 모든 학문중 유일하게 세계수준에 도달해있기
때문이다.
< mschun@galaxy.yonsei.ac.kr >
-----------------------------------------------------------------------
<> 필자 약력
=<>연세대 물리학과
<>호주 국립대 천문학 박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한국우주과학회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