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목적은 영국을 최고의 전자상거래 환경을 갖춘 전진기지로 만드는데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말 발표한 경쟁력강화 백서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산업혁명의 전통을 전자상거래 혁명으로 재현한다"는 의지가 담긴 선언
이었다.

이어 올해 9월 내각실 성과 및 혁신국(PIU:Performance and Innovation
Unit)에서는 전자상거래를 어떻게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실천전략을 담은 백서를 내놓았다.

영국의 이런 전략에는 세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급변하는 경영 경제환경이다.

전자상거래에 따른 경제와 경영의 변화는 혁명적이다.

먼저 경영자원의 공급망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업은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자원배분 생산 판매 피드백에 이르는 과정의
정보흐름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따라 엄청난 경비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기업간 거래와 최종 소비자에 대한 소매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
정부 기업 시장의 관계와 구조를 통째로 바꾸어 놓고 있다.

두번째는 경제정책적 배경이다.

전자상거래는 "고성장 저인플레"로 요약되는 신경제(New Economy)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이는 성장이 지속되면 물가상승 압력을 받는다는 종래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도전적 현상이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비용이 절감되면서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가 하락하고
새로운 시장창조에 의해 고성장은 지속되는 것이다.

영국은 올해 전자상거래 규모가 28억파운드(약 5조5천억원)로 추산되지만
앞으로 3년 뒤에는 10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가 되는 것은
물론 물가 억제에도 크게 공헌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국가 영국으로서는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라도 채택
해야 할 판이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노후에 받는 실질연금액이 줄어들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국은 물가도 안정시키고 성장도 보장해주는 "꿩먹고 알먹는" 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번째 배경은 영국이 전자상거래를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웹사이트의 80% 이상이 영어로 돼있다.

통신시장이 자유화돼 있고 경쟁적이다.

디지탈TV 핸드폰을 이용한 인터넷 등 기술이 받쳐준다.

사실 인터넷을 보편화한 월드 와이드 웹(www)은 영국 사람이 고안한
것이다.

영국은 전자상거래를 잘할수 있는 핵심역량이 이미 갖추어진 나라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전자상거래를 그다지 잘 활용하지 못해 왔다.

영국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기술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이를 상업화
하는 데는 느리다.

기업이나 소비자나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는 빈도가 미국 캐나다 호주에 비해
훨씬 처진다.

유럽에서도 통신강국인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에 뒤쳐지고 있다.

심지어 영원한 라이벌인 독일 프랑스에도 올해와 내년중에 각각 추월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유럽통합으로 단일시장에서의 국가별 경쟁이 시작됐는데 전자상거래
를 잘하면 유럽의 단일시장을 석권할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서 전자상거래에
영국정부가 국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자상거래 전진기지, 영국"이란 비젼을 달성하기
위해 영국정부는 "이해" "접근" "신뢰"라는 3대 전략가치를 설정했다.

"이해"는 기업 개인 정부가 적시에 기회를 포착해 행동할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접근"은 기업 개인 정부가 정보시대에 제한없이 접근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는 기업 개인 정부가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도구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아래 구체적 목표로 선진 7개국(G7)의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사람이 집에서 전자상거래 조직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인터넷 접속비용
도 가장 낮은 가격으로 낮추기로 정했다.

또 기업은 전자상거래에 따른 거래비율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정부는
세금납부 등 행정서비스를 2008년까지 인터넷을 통해 1백%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전자상거래 관련 장관과 공사를
임명하고 정부의 조달방식을 전자상거래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밖에 기업에 대한 캠페인도 벌이고 통신비용 절감정책과 주파수 확대
정책을 펴 나가고 있다.

또 중기적으로는 중소기업간 전자상거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교육기구를
설치하고 다기능 마스터 카드와 전자화폐 활용방안을 찾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지식재산권 보호장치강화나 전자상거래법의 개정 등도 정책아이템
으로 채택됐다.

영국은 유럽 국가들중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예가 보여 주듯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큰 변혁에는 오히려
가장 앞장서 왔다.

그 전통이 전자상거래 혁명에서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 런던=안상욱 기자 sahn@lbs.ac.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