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을 울리는 기계음, 뿌옇게 날리는 흙먼지, 거침없이 돌아가는 중장비...

이런 건설현장을 누비는 여성 기업인이 있다.

자재운반시스템 전문 시공업체 모노테크의 한효순(35) 사장이 그 주인공.

한 사장이 남성들만의 공간으로 생각돼온 건설현장에 뛰어든지는 올해로
6년째.

그의 활동무대는 주로 지하철 건설현장이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지하철 건설현장은 땅을 깊숙이 파고 공사를 진행
하므로 건설자재와 현장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운반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한 사장은 지하철 건설현장의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줄 시스템으로
모노레일을 선택했다.

레저용으로 쓰이던 모노레일을 건설현장의 운반시스템으로 활용키로 한
것이다.

모노테크가 설치하고 있는 모노레일은 5백kg~3t의 운반물을 45도 이상의
급경사지역에서도 실어나를 수 있다.

1분동안 갈 수 있는 거리는 최고 50m나 된다.

공간이 비좁은 현장에도 투입할 수 있고 공사가 끝난 뒤엔 철거하기도 쉽다.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비용 측면에서도 매일 15명 이상의 노동력 절감효과가
있다.

게다가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할 사람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노레일이 가져오는 효과는 더욱 커진다.

건설교통부로부터 신기술로 지정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50여개 지하철 건설현장에서 사용됐다.

현재는 20여개 현장에 설치돼 있다.

앞으로 대전 광주 인천의 새로운 지하철 현장에서도 모노레일이 달리게 될
예정이다.

한 사장이 이 정도로 사업을 다지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한 사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넘치는 자신감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해 왔다.

"문은 두드리는 사람에게만 열리고 기회는 찾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막연하고 불확실한 미래도 준비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겐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지요"

한 사장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미리부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포기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실패할 때 실패하더라도 일단은 도전해 보자는게 그의 생각이다.

한 사장의 첫번째 도전은 나이 서른이 되던 지난 94년에 시작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토목회사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한
사장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찾는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궁리끝에 토목회사 근무경험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

결국 놀이공원 등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 한국모노레일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레저용으로만 쓰이는 모노레일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무작정 한국모노레일을 찾아갔다.

회사측은 한 사장의 사업아이디어를 듣고 선뜻 모노레일의 건설부문 독점
계약을 맺어 주었다.

모노테크는 한국모노레일과 공동으로 연말까지 모노레일 시스템을 1백%
국산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연구개발 작업을 추진중이다.

한 사장은 모노테크를 건설현장 자동화기계 전문 리스회사로 발전시키겠다는
다부진 목표를 세우고 있다.

(02)527-2924

< 장경영 기자 longru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