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루블화표시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지 벌써
1년3개월이 지났다.

러시아는 작년 8월17일 급증하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모든 국채의 지불
유예를 선언했다.

루블화도 무려 33.68%나 절하, 국제금융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러시아의 경제파국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채 봉합되기 전에 터졌기 때문에
불안조짐을 보이던 중남미 경제로 옮아갈 것이라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40억달러의 투자손실을 입은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국제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은 물론 세계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 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 재무부는 즉각 월가의 14개 은행 및 증권사를 동원, LTCM에 3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토록 중재하는등 진화에 나섰다.

미 연준리(FRB)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다.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홍역을 치른 셈이다.

그로부터 1년이상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안정을 되찾고 러시아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경제는 지표상으로 지난 1.4분기에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반기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보다 3.1% 증가했다.

특히 연초 배럴당 10달러 안팎이었던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급속히 회복되는 추세다.

하루 평균 2백30만배럴을 수출하고 있는 러시아는 유가상승으로 올해 추가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만 해도 40억달러에 이른다.

16억~20억달러로 추산되는 체첸 전비도 문제될게 없다.

러시아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7~8%에 달하고 인플레도 1백%에
이르는등 극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그러나 기대이상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초 전망보다 크게 높은
성장률 제로(0)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물가는 아직 불안해 올해 물가상승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상승에 힘입어 경상수지흑자도 1백44억달러로 급증하고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5.2%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 상승으로 올들어 지금까지 5백80억루블(21억9천만달러)의 세금이 더
걷혀 재정도 좋아지고 있다.

기름값이 더 오를 경우 경제지표는 더욱더 좋아진다.

작년만해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쓰레기 취급을 당했던 러시아 국채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점차를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제회복에 힘입은
것이다.

국채가격은 작년말 액면가의 5%에서 최근에는 50%이상으로 회복됐다.

외채문제도 한숨을 돌렸다.

지난 8월 러시아 18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서 내년말까지 갚아야 할
80억달러중 6억달러만 갚도록 조정했다.

7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45억달러의 차관을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더군다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벌어들인 오일달러 덕분에 올해말까지 되돌려
줘야할 10억달러의 IMF자금도 문제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IMF를 완전히 졸업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불안정한 정국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옐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후계자로 내세워 정권재창출에만
매달려 있다.

경제안정보다 정권유지에 더 미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달 19일로 다가온 총선결과에 따라 러시아 경제는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