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8월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는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
(FRB) 의장,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부총재 등이 꼽힌다.

루빈 전장관은 특히 97년 12월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져들자 막후에서 국제
통화기금(IMF)을 움직여 5백7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구제지원금융
을 성사시켰다.

한국의 IMF행 발표에도 불구, 자본이탈이 계속되자 루빈은 다시 일본등
선진 12개국과 함께 80억달러의 "제2방어자금"지원을 공약함으로써 더
이상의 사태악화를 막아냈다.

"제2선 방어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이 단 한푼도 들이지 않고 아시아의
환란을 효과적으로 가라앉힌 절묘한 처방이 됐다.

그린스펀 FRB의장도 아시아 외환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경제도 연쇄적인 고통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 환란수습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는 이와 함께 외환위기가 발발하자 즉각 미국의 금리를 인하, 세계금융
위기의 파급을 최소화했다.

이는 신용경색으로 건실한 기업조차 필요자금을 조달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린스펀 의장은 한국등 아시아의 위기는 시장경제로 가는 과정이라고 강조,
정부가 개입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외환위기를 당한 나라들에 IMF가 취한 고금리 정책을
강력 비난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단기자본 유입에 통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개도국에 대해서도
자본자유화를 강력 주장해온 IMF에 큰 영향을 미쳤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