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년] 속도 느리다 .. '외국인 투자가들 한국경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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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방향은 올바르게 정했지만 속도는 느리다"
IMF체제 2년생인 한국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내리는 평가다.
총론에는 공감해도 각론에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인식은 한국투자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월25일자에서 한국이 사상 초유의 외국인
투자붐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1백2억5천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85% 증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지난 62년부터 92년까지 30년동안 끌어들였던 외국인투자
규모만큼을 올해는 1년도 채 안돼 유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주식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 순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규모는 외환위기가 나던 97년
10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작년에는 47억8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올 들어선 11월20일까지 모두 3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11월 중에는 20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지난 92년 증시개방
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돈이 이처럼 밀려들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늘었고 원화가치는
빠른 속도로 상승흐름을 탔다.
기업들은 수출전선에 문제가 생긴다며 급격한 절상을 반기지 않지만 한국의
돈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각종 보고서에서도 한국을 추켜세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현재 재벌 및 금융개혁에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경제펀더멘털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경제전망을 밝게 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아시아 경제회복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여왔던 도이체방크는
"불사조와 같은 한국의 경기회복이 2000년에도 견실하게 지속될 수 있을 것"
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대우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면서 "대우처리
과정이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어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선진국 금융기관이 불과 2년전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서둘러
빼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의 상전벽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최근 상원 외교위원회에 참석,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괄목할만한 경제회복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칭찬에 너무 고무될 필요는 없다.
단맛에 취하면 쓰라린 고통을 쉽게 잊어버릴 수도 있다.
쓰라림은 아직도 있다.
외국인 투자가 밀물처럼 밀려오는게 사실이지만 한편에선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0억달러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려다 실패했다.
외국인들이 무턱대고 돈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성국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은행산업에 대해
아직 만족스러운 변화가 일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가며 은행의 회계장부를 깨끗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은행의 시스템은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은행이 만들어졌느냐"는 대목에서 고개를 젓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또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에 여전히 인색한
모습이다.
톰슨 파이낸셜 시큐리티 데이터사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아시아
지역으로 나간 신디케이티드론(차관단대출)은 모두 7백1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5백5억달러)에 비해 41% 급증했다.
작년중 42%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한국에 제공된 신디케이티드론은 모두 20건 17억2천7백만달러로
아시아지역 전체에 나간 신디케이티드론의 2.4%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보다도 신디케이티드론을 통한
자금조달이 적었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 수요가 줄어들었던 측면은
있다.
또 기업들은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 은행차입보다는 국내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는 "기업들이 보다 상세한 구조조정책을 내놓아야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과잉설비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이제 갓 응급실에서 빠져 나왔을 뿐이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
IMF체제 2년생인 한국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내리는 평가다.
총론에는 공감해도 각론에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인식은 한국투자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1월25일자에서 한국이 사상 초유의 외국인
투자붐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1백2억5천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85% 증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지난 62년부터 92년까지 30년동안 끌어들였던 외국인투자
규모만큼을 올해는 1년도 채 안돼 유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주식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 순유입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규모는 외환위기가 나던 97년
10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작년에는 47억8천만달러로 확대됐다.
올 들어선 11월20일까지 모두 3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11월 중에는 20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지난 92년 증시개방
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돈이 이처럼 밀려들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늘었고 원화가치는
빠른 속도로 상승흐름을 탔다.
기업들은 수출전선에 문제가 생긴다며 급격한 절상을 반기지 않지만 한국의
돈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각종 보고서에서도 한국을 추켜세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현재 재벌 및 금융개혁에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경제펀더멘털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경제전망을 밝게 한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아시아 경제회복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여왔던 도이체방크는
"불사조와 같은 한국의 경기회복이 2000년에도 견실하게 지속될 수 있을 것"
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대우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면서 "대우처리
과정이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어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선진국 금융기관이 불과 2년전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서둘러
빼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의 상전벽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최근 상원 외교위원회에 참석,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괄목할만한 경제회복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칭찬에 너무 고무될 필요는 없다.
단맛에 취하면 쓰라린 고통을 쉽게 잊어버릴 수도 있다.
쓰라림은 아직도 있다.
외국인 투자가 밀물처럼 밀려오는게 사실이지만 한편에선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0억달러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려다 실패했다.
외국인들이 무턱대고 돈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성국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 은행산업에 대해
아직 만족스러운 변화가 일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가며 은행의 회계장부를 깨끗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은행의 시스템은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은행이 만들어졌느냐"는 대목에서 고개를 젓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또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에 여전히 인색한
모습이다.
톰슨 파이낸셜 시큐리티 데이터사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아시아
지역으로 나간 신디케이티드론(차관단대출)은 모두 7백1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5백5억달러)에 비해 41% 급증했다.
작년중 42%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한국에 제공된 신디케이티드론은 모두 20건 17억2천7백만달러로
아시아지역 전체에 나간 신디케이티드론의 2.4%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보다도 신디케이티드론을 통한
자금조달이 적었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 수요가 줄어들었던 측면은
있다.
또 기업들은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해 은행차입보다는 국내증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는 "기업들이 보다 상세한 구조조정책을 내놓아야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과잉설비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이제 갓 응급실에서 빠져 나왔을 뿐이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