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선거구제 협상에서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새롭게 제시됐다.

선거구제 문제를 다루기 위해 3일 열린 첫 3당3역회의에서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권역별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복수출마
를 허용하는 방안을 공동여당 안으로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측이 이 방안에 합의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반론도
없었다"고 박 총무는 전했다.

이에 따라 선거구제 협상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되
공동여당안인 정당명부제를 병행하면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총무는 회의가 끝난 뒤 "여당내 영남권 의원들이 중선거구제를 강하게
고집하고 있는데 이분들의 의견을 묵살하기 어렵다"며 "이분들이 적어도
"인내할 수 있는" 선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선거구제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동여당 내 영남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중복출마 허용안"을 제시했다는 뜻을 담고있다.

박 총무는 "이런 점에서는 한나라당 내 호남지역 의원들도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며 "여야가 타협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공동여당 안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한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점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중복출마가 허용되면 박태준 자민련 총재 등 여권내 영남권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낙마"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박 총재 등 영남권 의원들이 중복출마 허용을 조건으로 중선거구제를
고집하지 않을 경우 선거구제 협상은 급속도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회의는 공식적으로는 "중선거구+정당명부제"를 제시하면서도 협상안
으로 대도시는 중선거구제,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복합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정당명부제"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복합선거구제의 경우 위헌시비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지만 여당이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이면 정당명부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소선거구와 정당명부제 도입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로 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5.5대1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야당은 "1인1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1인2표제"를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해 중복 출마를 허용했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이날 열린 3당3역회의에서 여야는 선거구제 문제를 다루기 위해 3당
총무들로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6개항을 합의했다.

특히 참석자들이 향후 수시로 교차 협상을 진행키로 함에 따라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상천 총무는 "협상이 빠르면 2~3일 내에 진전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