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는 3일 법무부 및 교육부 경찰청 등 9개 부처.청에 대한 새해
예산안 부별심의를 계속할 예정이었으나 지역예산 편성을 둘러싼 여야의원간
"폭언"사건 후유증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에따라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2일)을 넘긴 예결위는 부별심의를
마무리짓지 못한데다 항목별 조정작업을 벌일 계수조정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공전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민회의 임복진 박광태 의원의 예결위원 교체 및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대여공세에 나섰다.

전날 밤 예결위에서 선심성 광주.전남지역 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나라당
소속 이강두 의원을 임 의원과 박 의원이 회의장밖으로 불러내 폭언과 협박을
했다게 그 이유다.

한나라당은 특히 국민회의측이 위원교체 및 사과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예결위를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이번 사건을 예산안 연계전략의
호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감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새해 예산안 처리 연기에 대한 마땅한 명분이 없던 판에
"울고 싶은 터에 뺨 맞은 격"이 된 셈이다.

한나라당 정창화 정책위의장은 "이 의원이 선심성예산을 따지면서 광주
광산업단지 신설의 비효율성을 지적하자 임복진 의원이 그를 회의장밖으로
불러내 "맛좀 볼래"라고 했고 옆에 있던 박광태 의원은 욕설과 폭언을 했다"
고 흥분했다.

반면 국민회의는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예민해진 의원들간에 빚어진 단순
해프닝"이라면서도 야당측의 예상치못한 강공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국민회의는 민감한 "지역감정"부분이 걸려있는 만큼 최대한 야당측을
자극시키지 않는 가운데 원만한 마무리를 도모하며 정치쟁점화를 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옥두 총재비서실장은 "우리는 자제하고 있다"며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예산안을 심의하다 보면 지역대표성을 지닌 의원들이
민감해지기 마련인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야당측의 공세를 일축했다.

예결위 국민회의측 간사인 조홍규 의원도 "지역감정 유발 발언을 3차례나
한 이강두 의원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여야는 오는 6일 다시 3당 간사접촉을 갖고 예결위 속개 문제를
위한 절충을 계속키로 했으나 새해 예산안 심의는 회기말까지 진통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최명수 기자 m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