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중에는 호텔 레스토랑처럼 점잖은 장소에서 격식을 차려야 하는
행사가 하나씩 끼여 있게 마련이다.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양식 코스요리를 먹는다는 즐거움에 모임에
참석하지만 정작 테이블 앞에 앉아서는 난감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왼쪽 빵접시가 내것인지, 물잔은 어느쪽을 써야 하는지, 또 나이프와
포크는 왜 그렇게 많은지..."

잔뜩 긴장하고 남의 눈치만 보다가 음식맛도 모르고 끝나버리는 괴로운
송년모임이 돼버릴지 모른다.

"테이블 매너의 기본은 동.서양 모두 같습니다. 우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남도 불쾌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지요"

조선호텔 이용성(식음료팀 총괄) 차장은 "소리내어 먹지 말라는 지적과
식탁 위에서 쓸데없는 손놀림을 많이 하지 말라는 것 등 서양식 식사예절
중에는 어렸을때 아버님께 꾸지람들으며 배웠던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즉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에티켓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그는 예절에 대한 동.서양인의 공통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알아두면 좋을
테이블 매너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포크와 나이프

식탁위의 가운데 접시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포크, 오른쪽에는 나이프가
같은 수로 놓여져 있는데 음식이 제공되는 순서에 따라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사용한다.

육류용이 가장 크고 샐러드와 에피타이저 디저트용은 중간크기다.

스푼은 수프용이 크고 케이크와 푸딩용은 중간, 아이스크림과 커피용은
가장 작은 것이다.

빵은 수프를 먹은 후 왼쪽 접시의 것을 집으며 한입 크기만큼 손으로 떼서
먹는다.

음식을 다 먹었다면 포크와 나이프를 오른쪽에 나란히 놓고 먹는 도중
이라면 손에서 내려 놓은 그대로 접시에 양쪽으로 벌려 놓아야 웨이터가
접시를 치우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 전채요리와 수프

저녁식사인 디너 풀코스는 에피타이저(전채요리, 오드블)->수프->생선요리
->주요리(고기요리)->샐러드->디저트->데미타스(음료) 순이다.

가장 먼저 먹는 에피타이저는 식욕을 촉진시켜 주는 요리로 캐비어
프와그라(거위간) 훈제연어 생굴 새우 등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생굴이 나올 때가 많은데 왼손으로 껍질의 한쪽을 잡고
오른손에 든 포크로 잘라 먹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굴을 먹은 후 굴즙이 일미이므로 왼손으로 들어 마셔도 흉이 되지 않는다.

손가락은 핑거볼에 씻는다.

수프는 국물이 걸쭉한 것과 맑은 것 등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

야채수프인 퓨레와 크림을 넣은 크렘 등은 진한 수프의 이름이며 콘소메는
맑은 수프를 가리킨다.

스푼을 연필 잡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잡고 자기 앞목에서 먼쪽으로 밀어
가면서 먹어도 되고 그 반대도 무방하다.

단 후룩후룩 소리를 내는 것만은 금물.

빵을 커피 등에 적셔 먹는 경우도 많은데 서양에서는 치아가 나쁜 사람이나
아이들이 하는 짓으로 인식돼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 생선요리와 고기요리

통구이 생선요리는 머리는 왼쪽, 꼬리는 오른쪽으로 서브된다.

포크로 머리를 누르고 나이프로 머리와 몸체 꼬리 지느러미 순으로 자른다.

그 다음 생선의 뒷부분에 나이프를 넣어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뼈와
몸통을 분리시킨후 꼬리쪽부터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는다.

뒷면을 먹을때도 뒤집지 말고 전과 같은 방법으로 뼈와 살을 분리한다.

생선을 맛있게 먹는 방법중 하나는 레몬을 치는 것이다.

반달 모양의 레몬이 나오면 왼손 엄지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으로 짜며
이때 즙이 튀지 않도록 오른손으로 감싼다.

주요리는 보통 풍성하고 양이 많은 육류가 나온다.

스테이크는 고기의 왼쪽을 포크로 누르고 오른손에 든 나이프로 잘라
먹는데 좌측에서 세로 방향으로 자르는 방법이 무방하다.

주문할때는 웨이터가 굽는 정도를 물어본다.

살짝 4분 정도 구운 것을 래어(rare), 7분 정도 구우면 미디엄(medium),
전체가 갈색이 되도록 10분정도 구운 것을 웰던(welldone)이라고 부른다.

"미디엄 웰던으로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중간보다 약간 더 익힌 상태의
스테이크가 나온다.

고기와 함께 통감자구이가 나오는 경우 나이프로 알맹이만 벗겨 먹기보다는
껍질채 먹는게 좋다.

누렇게 탄 껍질은 감자를 먹고 난 후 일어나기 쉬운 가슴의 답답증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코스인 데미타스는 반잔이라는 뜻이다.

커피나 홍차가 평상시 잔과는 달리 작은 잔으로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잔을 잡을때 손가락을 구멍에 넣지 말고 엄지와 인지로 가볍게 잡아
마시는게 일반적인 매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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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가 말하는 레스토랑 에티켓 ]

웨스틴조선호텔 이용성 차장은 레스토랑에 들어서서 식사전까지 지켜야 할
에티켓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레스토랑을 갈 때는 보통 일주일전에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어떤 손님과 어떤 일로 가는지를 예약시 귀띔해 주면 호텔측에서 자리를
결정하는데 참고가 된다.

처음 만났을때 항상 내가 먼저, 상대방 눈을 보고 인사하고 악수할때는
여성이 남성에게, 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권하는게
보기 좋다.

계단을 오를 때에는 여성의 왼쪽 앞으로 2보 정도 앞장서며 내려갈 때는
그 반대다.

의자에 앉을때는 여성과 남성 모두 우측으로 들어가 앉도록 한다.

주빈좌석은 보통 테이블의 중심이지만 가장 경치가 좋다든지,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도 상석으로 꼽힌다.

남성은 여성이 자리에 앉은 다음 착석한다.

여성의 핸드백은 의자와 본인의 등 사이에 놓아두는 것이 무난하다.

핸드백이나 핸드폰 등 기타 휴대품을 식탁 위에 올려 놓는 것은 금물.

또 냅킨을 무릎이 아닌 양복조끼 단추에 걸거나 와이셔츠 목부분에 걸치는
것도 점잖지 못한 행동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