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회의 결렬은 글로벌경제체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미국과
이에 반발하는 나라들간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더구나 회의 의장국인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유럽연합(EU) 일본
등 회의 주도국들간에 공감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우루과이라운드(UR)에 비해 개발도상국들이 목소리가 커진 것도 결렬요인
으로 작용했다.

<> 미국의 정치 상황과 반덤핑 및 노동분야의 대립 = 미국의 상당수
노동자들은 자유무역추진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철강을 비롯한 제조업의 경우 일본 한국 등의 수출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뉴라운드에 대한 반감이 더 심하다.

더욱이 미국 정치권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여론에
민감하다.

특히 노조를 많이 의식하는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로선 시애틀 시위에
미국노동조합연맹인 AFL-CIO가 참여한데 대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외국의 수출공세에 제동을 거는데 가장 효과적인 반덤핑
조치를 절대적으로 고수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중국등 개발도상국의 값싼 수출상품제조에 근본적인 제동을 걸기
위해 근로조건이 나쁜 나라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하는 무역과 노동의 연계를
뉴라운드에 반영시키려 했다.

이에대해 일본 한국 EU는 미국의 반덤핑조치 남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 미국을 압박했다.

무역과 노동문제를 연계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이 결사 반대하면서 미국의 시도는 좌절
됐다.

미국의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가장 민감하게 걸려 있는 이 두가지 문제가
미국의 당초 의도대로 풀리지 않게 된 것이 시애틀 회의가 결렬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 미국 일본 EU 등 주도국들의 갈등과 개도국의 반발 = 세계무역을 주도
하는 미국과 유럽의 공조가 핵심이고 일본이 공감을 해야 뉴라운드의
순조로운 출범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판까지 미국과 유럽은 농산품보조금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고 미국과 일본은 반덤핑 문제로 끝까지 대립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들은 회의를 미국 EU를 비롯한 20여개국이 주도하는데
처음부터 불만을 품었다.

미국이 노동문제를 들고 나온데 대해 크게 반발, 연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히 중국을 의식한 홍콩 등도 개도국의 편을 들면서 협상이 더욱 꼬이게
됐다.

<> 너무 많은 의제와 시간부족 = 글로벌 경제체제를 하루 빨리 완성하려는
욕심이 앞선 나머지 농산물에서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개
분야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시애틀 회의 의장인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회의
결렬을 발표하면서 이슈들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데다 심오한 목표들에
비추어 시간이 너무 짧았고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1백35개 회원국 대표들이 모였지만 20여개국이 밀실협상으로 밀어부치면서
투명성 시비가 일 수 밖에 없었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 한덕수 수석 대표는 뉴라운드 출범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 시애틀회의가 결렬된 것이므로 내년초에 WTO 일반이사회 의장이 새로
임명된후 제네바에서 재개될 것 이라고 밝혔다.

막판 선언문채택에는 실패했지만 농업분야에도 상당한 협상진척이 이뤄졌고
서비스개방 공산품 관세인하 등은 사실상 타결된 상태여서 제네바 협상에선
뉴라운드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시애틀=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