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번호 3223"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전직 검찰총장인 김태정씨의 옷에 적인 번호다.

지난 4일 서울구치소 구속수감된 김 전 총장에 대한 예우는 1평짜리
독거실이 배당됐을 뿐 일반 미결수와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

아내가 연루된 "옷 로비" 사건으로 김씨는 자신이 총수로 있던 검찰의 손에
의해 처음 구속되는 첫 사례를 남기게 됐다.

김 전총장이 검사생활 27년만에 검찰총수에 오르게 된 영광의 뒤에는 사실
부인 연정희씨의 내조가 숨어 있었다.

연씨가 김 전총장 상관의 집안 일을 도와주다가 남루한 옷차림때문에
파출부 취급을 당했다는 얘기는 검사들에겐 잘 알려진 일화다.

김 전총장은 해군법무관 때 지방도시에 있던 연씨를 만나 연애결혼했다.

검사인 김 전총장과 아무 배경도 없던 연씨와의 결혼은 당시 "순수한 사랑"
이라는 화제를 낳았다.

김 전총장은 사석에서 "오로지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연씨가 "옷" 한벌을 탐하는 바람에 결국 "실패한 내조"가 돼 버렸다.

그는 젊은 검사시절 호남출신이라는 이유로 지청을 맴돌다 지난 82년
김석휘 전검찰총장의 눈에 띄어 의정부 지청 부장검사에서 일약 대검 중수부
3과장으로 발탁됐다.

그 뒤 중수1과장, 서울지검 1부장, 대검 중수부장, 법무차관 등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는 지난 97년 대선직전에 "DJ 비자금 사건" 수사유보 결정을 내려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 공로로 비록 보름동안이었지만 새정부들어 법무장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김 전총장은 새 정부 출범후 사정작업과 동시에 "경제검찰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검찰이 경제회생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전총장이 비리사건을 정치적 논리로 풀려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