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비교분석하는 세미나가
지난 3일 한국경제발전학회(회장 : 정창영 연세대 교수) 주최로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열렸다.

"21세기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전략"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정부와 시장간의 효과적인 역할 분담이 당면한 공통과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부가 주도한 경제발전 전략을 시장에 이양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21세기에
적합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유코 아라야마 일본 나고야대학 교수는 이날 "세나라 정부가 모두 수출주도
공업화를 성장전략으로 삼아왔지만 국내시장의 미성숙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수출에 편중된 성장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일본의 경제발전 전략 =오카자키 테츠지 일본 도쿄대 교수는 90년대
일본 경제의 침체를 "관료복합주의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정부와 산업간 협의에 따라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일본식 정부-기업관계인
관료복합주의가 더 이상 효력을 잃었다는 지적이었다.

오카자키 교수는 "정보통신산업 생명공학 환경공학 등 새로운 분야의 중요성
이 대두되면서 산업별 구분이 모호해졌다"며 "이에 따라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입안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주제발표자인 아라야마 유코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90년대 동아시아
의 위기가 기본적으로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대장성의 지나친 규제로 불황을 혜쳐나올 시장의 자생력을 잃었고
한국은 정경유착의 관행이 너무 깊게 자리잡아 시장신호를 무시했고 결국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아라야마 교수는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시장경쟁이나 기술혁신보다는
수출허가를 위한 커미션 경쟁에 매달리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동아시아에 공통적인 수출주도의 공업화 전략이 국민의 경제적 복지를
감소시켰다"며 "국내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출드라이브형
성장전략을 자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의 경제발전전략 =차이 팡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체제개혁을 통한
중국경제의 성장은 자본과 노동의 증가에 크게 힘입었지만 노동력의 재배치도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차이 팡 교수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 이면에 <>부패 <>지역계층간 소득격차
<>자원고갈 <>환경문제 악화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유기업의 개혁을 비롯해 금리자유화와 은행의 상업화를 포괄하는
금융체제의 전면 개혁이 21세기를 맞는 중국경제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슈 린 국가개발계획위원회 부장은 "중국경제가 21세기에도 6%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해야 노동력 증가에 따른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슈 린 부장은 "지난 20년간 중국경제의 성장은 도시화 시장화 국제화
산업구조의 현대화 등으로 요약된다"며 "21세기에도 이같은 개혁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에 시작되는 중국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에는 <>국내 수요기반,
특히 투자수요 확대 <>인구이동규제의 완화와 서부지역 개발 <>환경산업의
육성 <>부패방지와 정부부문 개혁 등의 정책방향의 포함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경제발전전략 =장세진 인하대 교수는 "금융위기 후 개혁의
주체로서 정부가 많은 권한을 가진 것은 불가피했다"면서도 "개혁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도 정부부문의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눈부신 경제회복 뒤에는 근로소득이 97년보다 5%줄고 중산층
이하의 소득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소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며
"급격히 늘어난 정부채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공부문과 정부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글로벌스탠더드의 수용과 해외직접투자의 유치를
통해 지식산업 시대로의 이행을 촉구했다.

강 교수는 "21세기가 원하는 정부의 역할은 심판자로서의 역할"이라며
"규제완화와 금융부문의 독립성 강화를 통해 세계 네트워크 경제로 능동적인
편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 =안충영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앞서
주제발표한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학자들이 모두 참가했다.

차이 팡 교수는 기러기형 발전모형을 예로 들며 한.중.일 세 나라의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라야마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과 관련, "일본이나
한국은 생산성 상승에 비해 임금상승이 지체돼 고도성장을 지속하는 게
가능했지만 중국은 생산성과 임금이 함께 상승하고 있어 성장의 탄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자신의 주제발표를 보충했다.

장세진 교수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가 경쟁적이 아니라 보완적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의 벤처기업육성 정책과 두뇌한국 운동을 잘못된 정책사례로
예시했다.

한편 슈 린 부장은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