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춤의 대모 김매자(56)씨는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76년 12월.

당시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였던 김씨는 창작무용단 창무회를 설립했다.

창단공연에서 그와 제자들은 "한오백년" 가락을 전자음악에 실어 맨발로
춤을 췄다.

한국무용으로서는 최초의 맨발공연.

무용계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었다.

단아하고 정적인 것이 한국춤의 최고미학이라고 믿던 평론가들은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몇년후 그에대한 평가는 "김매자와 같은 창작성이 없다면 예술가라
할 수 없다"로 슬며시 바뀌어 있었다.

84년.

미국의 권위있는 무용전문지 "댄스 매거진" 5월호 표지에 그의 사진이
실렸다.

국내는 물론 동양 무용가로도 처음이었다.

88년 서울올림픽때는 폐막식 "떠나가는 배"의 안무로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이후 그가 이끄는 창무회는 "한국 전통춤사위의 현대적.실험적 해석"을
모토로 미국 일본 중국등 해외공연만 6백회를 넘기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매자씨가 8년만에 국내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10일 오후 8시, 11일 오후 3~6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김매자
큰 춤판-하늘의 눈".

"새 천년, 해를 부르는 춤"이라는 부제의 이번 공연은 지나간 천년의 원혼을
청산하고 희망찬 새천년을 맞으려는 주제로 삼고 있다.

동북 아시아 굿의 원형에 바탕을 두고 발전시켜온 그의 "춤본I" "춤본II"
"춤본III"을 모두 아우르는 작업이다.

김씨는 "우리 굿은 어두운 것을 밝게 하고 맺힌 것을 푸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 굿에 내포된 해학성을 춤으로 담아 새천년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21세기 소망은 한국 창작춤이 세계 동시대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현대무용의 세계춤의 한 장르로 정착되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노(能)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오쿠라 소노시케의
대고 연주가 우리의 창, 대금, 가야금, 장고와 어우러진다.

폴란드 출신 한국 유학생으로 한국 창작춤을 배우고 있는 에바 리나르제프스
카도 출연한다.

(02)3369-210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