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PC가 선보이기 직전인 지난 10월 중순 벤처캐피털업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인터넷 PC업체로 선정된 세지전자에 2개의 벤처캐피털이 1백억원씩을
투자키로 한 것.

투자규모도 컸지만 내용은 더욱 특이했다.

세지전자와 유통업체인 이포스탑의 전략적제휴를 조건으로 투자한 것.

벤처투자는 단지 돈 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대표 김태한)와 한국기술투자(대표 서갑수)의
합작품이었다.

이 합작품을 주도한 주인공은 김태한(44) 회장.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그는 신출내기다.

내일창투가 외자를 유치, 탈바꿈한 와이즈-내일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지난 9월 이전만해도 벤처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든든한 "백"이 있다.

세계 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막강한 정보망이 그것.

경제정보 제공업체 와이즈디베이스를 이끌어온 그는 정보에 부가가치를
붙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운 인물로 꼽힌다.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인 그는 한양대에서 강의하다 지난 93년
와이즈디베이스를 창업했다.

18평 짜리 사무실에서 박사 5명과 함께 시작했다.

그러나 정보를 공짜로 인식하는 풍토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다.

몇달이고 쫓아다니며 돈 주고 왜 정보를 사야하는지를 설명했다.

모 은행임원이 이 회사 정보를 사기로 하고 결재를 올렸지만 거절당했다.

그 임원은 자기 돈으로 정보상품을 구입했고 와이즈 직원들은 그를 크게 될
인물로 보았다.

그가 김진만 한빛은행장이다.

김 회장이 벤처캐피털업계에 몸담게 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재미교포 김정실씨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벤처가 한국산업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

김 회장은 "김정실 투자심의위 회장은 미국 자일랜사의 나스닥 상장 노하우
를 아는 사람으로 미국 회계법인 등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벌써부터 벤처캐피털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 강남에 세운 벤처센터도 그중 하나.

기존 창업보육센터와 다르다.

이곳엔 와이즈-내일이 세운 홍보마케팅 전문업체 와이즈콤이 입주한다.

최고의 연구환경과 함께 홍보 마케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10개 벤처펀드를 결성, 6백억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3년내 아시아에서 최고, 5년내 세계 최고수준의 벤처캐피털 대열에 오르고
싶습니다"

(02)2007-8300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