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나타난 분배구조의 악화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같아 걱정스럽다.

8일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최근의 분배구조악화가
경기침체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
개선될 일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의 소득분배구조는 최근들어 악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과 태국등 동남아 경쟁국들에 비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올들어 경기회복과 함께 점차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어 정부의
진단에도 상당한 근거가 있음은 부인할수 없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대로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처방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복지정책의 재정립이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정부 시각이 안이하다고 보는 이유는 경기가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치유될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일부 산업의 편중된 성장에
의존하는 현상이 지속되는한 분배구조의 획기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모든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과거와 같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회복은 달성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같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악화된 분배구조의 개선이 생각만큼 손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선 몇가지 경제지표만을 내세워 경기과열을 걱정하기에 앞서 과연 진정한
경기회복이 이뤄졌는지를 따져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아직도 미진한 설비투자 활성화등을 통해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소득분배개선의 기본전제다.

물론 저소득층 지원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복지정책의 추진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같은 관점에서 이날 보건사회연구원을 비롯한 유관 국책연구기관들 주최로
"생산적 복지"정책의 방향제시와 토론회를 가진 것은 무척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복지정책은 자칫 의욕이 앞서기 쉽고, 그로 인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을 낸다면 오히려 재정적자의 심화등 많은 부작용을 심화시킬
우려도 없지않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각종 사회보험의
기능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저소득층 지원이 확대되도록 하는
한편 탈루세의 방지등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함으로써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오히려 선결돼야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