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산 주식을 다음날까지 갖고 있는 사람은 멍청한 투자자인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초단기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데이트레이더(day trader)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어 화제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개리 래트너(24)와 제프 이스튼(27)란 두
데이 트레이더가 하루 평균 2천달러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들의
매매행태를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지 1년6개월가량
됐으며 손해보는 날은 거의 없다.

많이 번 날은 하루 수익이 7만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들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반 블럭쯤 떨어진 한 데이트레이딩 전문증권사
데이트레이딩룸에 상주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다른 데이트레이더 30여명과 차이 나는 점은 이들은 한 종목만
집중매매한다는 것이다.

래트너는 5개월째 인터넷 지주회사 CMGI만 거래하고 있다.

이스튼은 9개월째 인터넷 포털 업체인 야후만 사고 팔고 있다.

이들이 같은 종목을 고집하는 이유는 큰 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CMGI와 야후를 고른 것은 단지 하루 등락폭이 적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래트너의 경우 CMGI가 인터넷 관련 기업인 것만 알뿐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조차 모를 정도다.

두 사람은 잔고가 30만달러정도씩 되며 하루 평균 3백~4백번가량 매매한다.

수수료는 주당 1.6~2센트에 불과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래트너는 하루에 8백55번 거래한 적도 있다.

1분에 2번도 넘게 매매를 한 셈이다.

자주 사고 팔다보니 해당 종목에서 차지하는 거래비중이 엄청나다.

래트너는 CMGI를 하루 평균 13만주 남짓 거래하는데 이는 이 종목 거래량의
2%에 육박한다.

이스튼도 날마다 야후 거래량의 1% 가량 주문을 쏟아낸다.

이들은 매매하는 종목의 기업내용을 거의 연구하지 않는다.

생산계획이나 주가수익비율도 따져 보지 않는다.

너무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한다.

"주가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감지해야 할 판에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전략은 큰 손들이 언제 주식을 사고 파는지 알고 그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특정 기관투자가가 5천~1만주씩 값을 높여가며 사들어온다면 그날은 순매수
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식이다.

그래서 장중 기관투자가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두 사람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의 거래가 많은 ECN(가상
증권거래소)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의도를 숨기고 매매하기 마련이어서 정확한 판단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두 사람은 그날 산 종목은 꼭 그날 팔아치운다.

보유 주식없이 공매도한 경우에도 반드시 그날 채워 넣는다.

손해를 줄이려고 기다리다 보면 만회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데이트레이딩에 뛰어들기 전 나름대로 공부도 했다.

같은 데이 트레이딩룸에 상주하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이 증권사로부터
시장의 단기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술인 모멘텀 기법을 1주일간 배웠다.

두 사람의 실적은 매우 두드러진다.

이 룸에서 지난달 돈을 번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다만 1년 넘게 거래한 투자자들은 78%가 이익을 냈다.

경험이 많을수록 손해를 잘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들은 처음 한달동안은 잃기 마련이니 손해를 최소화하려면 한번에 1백주
이상 거래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초보시절엔 급등락하는 인터넷 주식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흉내를 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조언한다.

데이 트레이더중 70%는 손해를 본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애틀랜타에선 데이 트레이딩을 하다 거액을 잃은 40대
투자자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뒤 증권사 직원들에게도 총격을 퍼부어 모두
12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