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 사업치고 제대로 진행되는게 없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사업성이 불투명하자 중간에 사업자가 빠져 나가는가 하면 사업자가 외환
위기로 타격을 받아 진척시키지 못하는 곳도 있다.

잠자코 있던 외국투자가들까지 사업이 부진해지자 "수익률을 높여주지
않으면 안들어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대로 진행되는 사업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대주지 않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사로 인한 불편을 들어 주변 주민들이 집단민원을 제기
해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사업이다 보니 여러 곳의 행정기관이 걸려 행정처리 절차마저도
간단치 않다.

부문별로 대표적 사업인 경인운하와 부산신항 대구~대동고속도로 중부권
내륙화물기지 사업 현장을 찾아 갔다.

사업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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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만은 민간자본과 정부 재정을 합쳐 모두 5조5천억원을 투입해
25선석 규모의 부두와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공사다.

건설기간이 무려 15년(96~2011년)에 달하는 대역사다.

현재 정부 재정으로 방파제와 작업부두 건설공사의 40%가 진척돼 얼핏보면
잘 진척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민간자본으로 추진되는 부분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엔 96년부터 착공하게 돼 있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전체 사업비의 70%인 3조8천억원을 신항만주식회사가 투자해야 하지만
항만운영으로 수익이 나려면 최소한 20년이 지나야 한다는게 회사측의 분석
이다.

오는 2011년 신항만이 완공된후 회사가 올리는 연간 매출액은 1백52억원.

부산항과 동일하게 1TEU당 7만6천원을 받는다고 치고 접안.하역.보관.
이송료를 합한 금액이다.

수익률이 20%로 결정될 경우 항만운영으로 생길 이익은 연간 30억원선.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이 나기까지 20년이 족히 걸린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신항만의 사용료가 1TEU당 13만원은 돼야 수지를 맞출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용료가 비싸면 이용 선박이 줄어든다.

그래서 배후부지 개발등 부대사업에서 이익을 내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특혜 시비"를 우려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원 조달도 문제다.

사업계획상 오는 2002년까지 총 민자투자액의 20%인 7천6백억원을 투입하게
돼 있다.

하지만 증자사정은 최악이다.

대부분 대기업그룹이 주주인데 구조조정을 한창 진행중이어서 여력이 없다.

여기에다 벌써부터 집단민원이 제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인근 욕망산의 토사와 암석을 채취하러 대형 트럭들이 오가면서 불편이
초래되자 주민들이 "마을 땅을 아예 사서 개발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인들도 이에 가세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행정절차 또한 간간치 않다.

현장이 경남 진해시와 부산광역시에 걸쳐 있어서다.

백동현 부산신항만주식회사 부산사무소장은 "행정문제를 협의하려면 부산시
와 경남도 진해시를 모두 접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