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 사업치고 제대로 진행되는게 없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사업성이 불투명하자 중간에 사업자가 빠져 나가는가 하면 사업자가 외환
위기로 타격을 받아 진척시키지 못하는 곳도 있다.

잠자코 있던 외국투자가들까지 사업이 부진해지자 "수익률을 높여주지
않으면 안들어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대로 진행되는 사업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대주지 않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사로 인한 불편을 들어 주변 주민들이 집단민원을 제기
해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사업이다 보니 여러 곳의 행정기관이 걸려 행정처리 절차마저도
간단치 않다.

부문별로 대표적 사업인 경인운하와 부산신항 대구~대동고속도로 중부권
내륙화물기지 사업 현장을 찾아 갔다.

사업이 얼마나 진척됐는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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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북과 경기남부 지역의 거점 화물기지를 건설한다는 사업.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입지선정에서부터 오락가락하다 때를 놓쳤다.

서로 사업을 유치하겠다는 지역이기주의를 좇다 사업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 95년 교통개발연구원의 용역을 받아 전국 5대 권역 내륙화물
기지 건설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한데 5곳중에서 유일하게 중부권만 내륙컨테이너기지(충남 연기군 동면
내판리 일대 20만평)와 복합화물터미널(충북 청원군 부용.현도면 일대
20만평)을 분리해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충남과 충북의 지방자지단체가 서로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근처를
지나간다는 이유로 자기 지역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앙정부가 두
기지를 갈라 양쪽에 하나씩 준 결과다.

하지만 두 지역은 행정구역만 다를 뿐 자동차로 10분거리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철도수송과 화물수송을 떼어 놓는 것은 중복투자일 뿐 아니라 효율성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합치라는 것이다.

결국 건설교통부는 충.남북 도계인 백상천을 가운데로 두 기지를 한 곳
(충남 연기군 동면 응암리.충북 청원군 부용면 갈산리 일대 21만평)으로
모은다고 수정 발표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 2월 중부권 내륙컨테이너기지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고시된 뒤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냈던 코오롱건설 등
10개사는 헛고생만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입지선정 등의 용역비로 쓴 돈도 날리게 됐다.

합쳐진 뒤에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당초 컨소시업에 들어갔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오락가락
해 종을 잡을 수 없다"며 "최근들어 유통회사들이 물류센터를 대대적으로
확충한 상태여서 물류기지가 경제성을 갖추려면 다양한 유인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남권 내륙화물기지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이해충돌로
겉돌고 있다.

정부는 당초 경북 김천에 22만평의 내륙화물기지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
했다.

그러나 인근 대구시가 검단동에 64만평의 대규모 유통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이 통에 영남권 내륙화물기지는 전면 재검토 위기에 놓여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