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라는 의미의 구로네코.

일본 야마토운수의 ''다큐빈'' 로고인 구로네코가 전국의 택배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다큐빈 취급 개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백7%나
늘었다.

실적도 호조다.

99년 3월결산 경상이익은 3백6억엔으로 전기에 비해 14.9%나 늘었다.

매출도 2.1%가 증가, 7천55억엔에 이르렀다.

이로써 9년 연속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어났다.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쟁업체와는 판이하다.

야마토가 이처럼 고속질주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98년 6월부터 실시한 "시간대 배달서비스" 덕택이다.

배달시간은 오전, 낮12시~오후2시, 오후4~6시, 오후8~9시 등 6개로 나뉘어
있다.

야마토가 지정서비스 드라이버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97년 가을.

동북지사가 수하물을 배달하는 사내 드라이버들인 세일즈드라이버(SD)의
현장 제안을 받아들여 도입했다.

동북지사의 지정서비스실시 소식을 듣고 본사가 나섰다.

시간대서비스 전국실시를 검토하기 위한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프로젝트팀은 당초 오전 오후 밤등 3개 분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받아들여 6개 분할안을 선택했다.

시간대 서비스에 따른 별도요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코스트부담을 부재배달의 감축으로 상쇄키로 한것이다.

야마토는 이같은 서비스 차별화로 시장확대에 나섰다.

"한정된 시장에서 취급개수를 늘리려면 라이벌과 완전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는게 아리모토 게이지 사장의 설명이다.

야마토는 오쿠라 마사오 전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난 25년동안
거미줄 같은 서비스망을 구축해 왔다.

현재 배송거점은 약 2천개소로 전국 경찰서의 1.6배다.

취급점 또한 30만개로 우편포스트의 1.8배에 이른다.

세일즈드라이버들의 배송지역 밀도도 엄청나게 높다.

수하물이 많은 도쿄시내 긴자의 경우 1번지에서 8번지까지에만 21대의
차량이 배달에 나선다.

지정된 배달시간을 지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서비스차별화 전략으로 야마토는 대형고객을 늘리고 있다.

통신판매회사들이 잇따라 배송계약을 맺었다.

통판회사가 시간지정서비스를 고객유치에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물류효율화를 추진중인 기업들도 야마토와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오사카의 혼다이륜 서일본은 올봄 간사이지역의 부품물류를 야마토에 완전
위탁했다.

혼다이륜은 그동안 4개소의 배송거점을 거쳐 5천개소의 판매점에 부품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큐빈을 활용, 생산지에서 판매점에 직접 배송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고비용을 절감하고 납기를 단축하고 있다.

야마토가 시간대지정 서비스만으로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상품의 개척에도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거미줄 같은 배송망 등을 활용, 아이디어를 잇따라 상품화했다.

현장사원들의 제안도 신상품 개발에 한몫을 했다.

스키장비를 배달하는 기타신에쓰지사의 "스키다큐빈", 간토지사의 "골프채
왕복다큐빈"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야마토가 인터넷확산을 계기로 본업인 택배사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계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와 온라인 쇼핑사업을 제휴했다.

야마토는 소프트뱅크가 설립할 서적 완구전문 판매회사의 책 완구 등의
배송과 대금회수를 맡는다.

인터넷판매의 확산을 틈타 온라인 쇼핑관련 택배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
이다.

서비스의 차별화도 주요 목표의 하나다.

우선 시간대를 더욱 세분화해 나갈 계획이다.

오후9~10시대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오전중의 시간대를 구분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시간대 서비스에서 경쟁업체들을 완전 따돌린다는 것이다.

"신규사업 진출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혜를 짜낼 경우 택배
시장은 무한하다. 키워드는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할
수 있다면 시장은 확대된다. 서비스를 차별화하면 저절로 늘어난다"

아리모토 사장의 지론이다.

"구로네코"가 과연 일본의 택배시장을 완전히 평정할수 있을지 흥미진진
하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