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치약시장의 두 거인 ]

1990년까지 세계인구의 6분의1 이상이 사는 인도의 치약시장은 콜게이트
(Colgate)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콜게이트는 시장의 약 3분의2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의
경쟁상대가 될만한 인도제품이나 외국의 유명상표도 없었다.

그러나 인도정부가 외국회사의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
91년 이후 유니레버(Unilever)가 89년에 내놓은 클로즈-업(Close-up)이라는
상표는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콜게이트를 쫓아오고 있다.

인도의 인구는 10억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불과 40%만이 치약을
쓴다고 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인구의 90%가 치약을 쓰고 있다.

즉 인도는 엄청난 크기의 잠재적 치약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콜게이트는 2005년까지 약 1억8천만명의 인도인들이 새로 치약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따라서 이렇게 거대한 인도의 치약시장을 둘러싼 기업간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인도인구의 약 40%는 나이가 서른살 미만이며, 이들은 세계적인 해외상표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다.

또 가정에서 구매결정을 할 때 그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유니레버는 주로 인도의 젊은층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이 회사는 클로즈-업을 젊은이들의 분위기에 맞게 위상을 정립하고,
신선함과 자신감을 강조하기 위해 젊은 남녀를 부각시키는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

반면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바람에 차차 까다로워지고 있는 인도 소비자들
의 취향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한 콜게이트는 오랫동안 가족에 초점을 맞추는
진부한 광고를 해왔다.

1995년 클로즈-업의 시장점유율은 88년보다 5% 높아진 20%에 달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클로즈-업은 대체로 인도의 현지상표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에 콜게이트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유니레버는 이 해 뭄바이에 치약연구소를 세우고 인도인들에
맞는다고 자부하는 펩소덴트(Pepsodent)라는 상표를 내놓는 등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다.

인도인들에 맞는다는 것은 그들이 가장 골치아프게 생각하는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97년 유니레버는 충치예방에는 펩소덴트가 콜게이트보다 1백2% 낫다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하였으며 99년에는 대대적인 견본 나누어주기를
실시한다.

그러나 유니레버의 가장 스마트한 마케팅조치는 이 회사의 포장 및 가격정책
에서 볼 수 있다.

즉 유니레버는 가난한 인도인들도 살 수 있도록 15g들이 치약을 만들고
그것을 3.5루피(약 1백원)에 팔고 있다.

가난한 인도가정엔 그것이 50g들이 14.5루피짜리 치약보다 훨씬 실용적일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노력의 결과 99년 초에는 도시지역에서의 콜케이트 시장점유율
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자 콜게이트도 현지에 연구소를 세우고 제품을 현지화하는 등 이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매출의 무려 17%를 광고비로 쓰는 등 마케팅예산도 대폭
늘리고 있다.

바야흐로 거대한 시장을 놓고 두 거인의 흥미진진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유필화 <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