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선거법 협상의 타개책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도.농복합
선거구제라는 기형적인 제도를 내놓았다.

광역시에서는 선거구당 2~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도 단위
농촌지역에는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여권은 이 제도에 대한 장점을 여러가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궁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치개혁 협상과정에서 "자기편의주의"로 법안을 변질시켜왔던 국회의원들이
급기야 변질의 극치인 "기형아"를 탄생시켰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도.농복합선거구제는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등은 대부분 선거구당 5~48인을 뽑는 대선거구제
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호주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소선거구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이, 그것도 19세기 후반께 잠시
복합선거구제를 채택했던 적이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복합선거구제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선거구제의 게리맨더링
(gerrymandering)에 불과하다.

도시와 농촌간의 인구 등가성과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양당3역의 주장도
곰곰히 따져보면 한낮 피상적인 명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표의 형평성에 있어선 위헌시비가 일고 있다.

중선거구제는 2~4인이 당선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 표를 행사한 도시인의
70~80%는 당선자를 찍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농촌인은 1위에게 표를 던진 30%정도만 당선자를 찍게 된다.

농촌이 도시보다 사표가 두배이상 많아진다는 폐해가 있다.

복합선거구제는 지역갈등 구도 타파라는 정치개혁의 취지에도 걸맞지
않는다.

사실상 호남과 충청의 농촌지역에선 공동여당이 서로 자신들의 아성을
지키는 대신 대도시에서는 야당과의 동반당선을 노린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도 자신의 아성인 부산 지역구 의원수가 줄어들지 않게 하기 위해
선거구당 인구 상.하한선을 3.5대1(현행4대1)로 조정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여야할 것 없이 호남 충청 영남권은 기필코 사수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자민련 김현욱 사무총장은 "복합선거구제를 한국적 의회주의의 발전으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회의 박상천 원내총무도 "현실적으로 타협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기형아"가 "우량아"로 바뀔까.

한국 의회주의의 현주소를 보는 것같아 착잡한 마음이다.

< 최명수 기자 m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