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S사는 10여년간 해오던 감속기 제조업을 접고 최근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전문 컨텐츠 업체로 탈바꿈했다.

패션업체를 운영해온 디자이너 K씨는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인터넷
패션사이트를 오픈했다.

정형외과 원장 J씨는 의료 소프트웨어 업체를 설립중이다.

건설업자 D씨는 러시아로부터 공업용 다이아몬드 기술을 들여와 벤처기업을
세우려 하고 있다.

코스닥과 벤처 열풍이 사회와 개인들의 생활.사고방식을 온통 흔들어놓고
있다.

그 속도는 가히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 양태는 양극화다.

속보 아니면 낙오이다.

코스닥 활성화로 떼돈을 버는 벤처기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류에 재빨리 편승하지 못해 낙오감과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주로 개인투자자들과 일반 제조업자들이다.

시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상장기업 K사.

이 회사는 최근 국내외 거래선들로부터 우려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

"회사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주가가 한 없이 곤두박칠치는 데 대한 염려이다.

이 회사는 창사 이래 올해가 최고 호황이다.

매출 순익이 지난해 대비 70%나 늘어났다.

그런데도 최근 2개월여 사이 주가가 70%나 빠져 회사 관계자들은 망연자실
이다.

첨단주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이유이다.

증시에서 일반 제조업(가치주)보다 정보통신 인터넷(성장주)이 각광받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첨단벤처 중심의 코스닥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21세기 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양태는 정도가 지나치다.

토착 제조업자들의 가치의식조차 뒤흔들 정도로 모든 게 벤처로 쏠리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냄비기질 때문인가.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나스닥에 상장한 4천9백여개 기업중 대박을 터뜨리는
회사는 5% 미만이다.

지금 코스닥에선 50% 이상의 기업이 "미래가치"란 황금촛대를 밝혀놓고 연일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잔치판을 만들어낸 객군(작전)들이 떠나면 이들을 따라 "물고기 편대"가
이동할 것이다.

코스닥은 벤처산업의 모든 것이라 할 만치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 단기간에 활성화시켰다.

코스닥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 트렌드여야 한다.

일반 제조업이 없는 곳에 정보통신과 인터넷은 존속할 수 없다.

첨단산업에 대한 이상과열은 산업구조의 왜곡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제조업은 영속(going-concern)한다"는 것은 진리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