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가지 끝에서
석양에 타고 있었다.
슬픈 안경을 두리번거리며
벗어날 수 없는
사위의 사정거리를 느끼고 있었다.
숲을 한 번 힐끗 보고, 단념하듯
석양의 피를 뿜으며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놀은 하늘로
붉게 번져 오르기 시작하였다.

박남수(1918~1993) 시집 "새의 암장"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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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번져 오르는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하여 "절규"라 부름으로써 새가
떨어져 내리고 놀이 붉게 번져 오르는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이미지로
바꿔 놓고 있다.

"슬픈 안경을 두리번거리며"는 새의 큰 눈을 떠올리게 하고 "석양의 피를
뿜으며 떨어져 내렸다"는 붉은 석양과 죽음의 이미지를 잇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놀이 번져 오르는 한 순간에서 귀가 먹먹할 정도의 절규를 느꼈다면 이
시를 제대로 읽은 것이 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