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신 < 서울중앙병원 정형외과 의사 >

병무 비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해마다 불거져 나온다.

"질병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남자는 2년이상씩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다"는 법조항이 건재하는 한 병무비리는 근절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수많은 젊은이들 중에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개인의 특수
사정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이야 어찌됐든 자기만 실속을 차리겠다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별 사정도 없는데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젊은이나, 돈을 써가며 자기
자식만은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는 지도층 인사들, 작은 권력을 이용해 다리를
놓아주는 브로커들, 돈 받고 판정을 다르게 내리는 군의관들...

모두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다.

비리가 터지면 여러 사람이 다친다.

그때마나 이를 없애겠다고 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탁상공론적이며 근시안적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초 모든 병무진단서는 전문의가 발행한 것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침이 내려왔었다.

불똥이 병무비리와 전혀 관련없는 사람에게 튄 셈이다.

진단서를 전문의가 발급하게 되면 병무비리가 줄어 들 것이라는 발상이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하든 이와 직접 관련된 제도나 직종에 대한 보완을 해야지,
의사면허증을 가지면 누구든 진단서를 떼어 줄 의무와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
전문의사에게서만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연관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비리에 연루되는 사람만 많게 할 뿐이다.

좀더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큰 이유는 군 복무중 아무 발전없이
"허송세월"하고 또 이치에 안맞는 명령과 복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언제 어떤일을 당할지 몰라 불안하고 두렵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군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는 주특기를 다원화하여 본인의 적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또 복무
규정도 좀더 민주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군 복무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해야 한다.

군대가면 "맞기나"하고 "썩는다"는 인식보다 나름대로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