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업계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대우채권 수익증권의 환매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85%안, 87.5%안 등을 두고 업계에서는 토론이 한창이고 금감위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환매비율을 조정해오면 이를 받아들일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와 업계가 수익증권 환매비율을 이처럼 다시 조정해보려는 것은 대우
채권의 80%까지 환매가 허용된 지난달 9일 이후 지금까지 실제 환매된 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적은 20조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대우채권의 95%를 지급하게 되는 내년 2월이면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물량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우채권이 편입된 수익증권 총액이 아직도 8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국이나 투신업계가 내년 2월의 환매집중을 우려해 환매시기를 미리 분산
시켜놓자는 발상을 하는 것도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매비율 재조정"같은 조치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대우채권 환매비율을 시기에 따라 50%, 85%, 90%등으로 보장한 것부터가
불법적인 조치라는 논란이 있는 터에 지금와서 또다시 이를 조정한다면
금융제도의 안정성이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는 송두리째 파괴되고 말
것이다.

당국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이라는 말로 책임을 벗으려 하지만
투신업계가 법을 두번씩이나 어기면서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는 일을 당국이
방관하거나 조장한다면 이는 여간 중대한 사안이 아니다.

"업계 자율"이라는 간판만 하더라도 그것이 허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장관과 위원장등 당국자들이 환매비율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것만도 여러번
인데 업계자율이라는 명분을 내건다고 이를 인정할 사람은 별로 없다.

더욱이 지금까지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며 환매에 응했던 투자자들이 수익률
차이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해온다면 이는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을 조정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투신제도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며 당연히 불법이다.

금융대란 가능성을 목전에 둔 위기적 상황에서 허용되었던 편법을 되풀이
하려는 업계나 당국의 태도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더욱이 지금와서 수익률을 몇% 조정해준다고 해서 환매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1개월여만 더 기다리면 대우채권의 95%까지 계산해 받을 수 있는 터에 불과
몇% 더 준다고 환매해갈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국은 실익도 없이 원칙만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