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맺지 못한
너와 나 만나서
푸른 깃 부딪치며
서러운 밤 포효할 때
불씨들 기립한 천지
찬미하라
이 절정.

홍성란(1958~) 시집 "갈잎 흔드는 여섯 악장 칸타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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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문자 그대로 벼락이 때리는 순간을 찬미한 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순간을 시인은 "지상에서 맺지 못한/너와 나 만나서/...포효"하는
것으로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를 성적 상상력을 동원해 읽는 것도 독법의 하나이다.

가령 "불씨들 기립한 천지"는 성적 절정의 즐거움에 대한 찬미이며, 생명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일 터이다.

"푸른 깃 부딪치며"라는 표현의 생생한 맛도 시를 살린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