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등 노동관계법 개정을 둘러싼 노사간의 대립이 워낙 i
첨예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요즘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만든 중재안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노사 양쪽에게 한발씩 물러나도록 절충시킨 만큼 더이상 자신만의 입장만을
고집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위원장은 중재안이 나온 지난 9일 저녁에는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
서 농성중인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을 찾아가 중재안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했다.

10일 아침엔 김창성 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조남홍 부회장을 만났다.

낮에는 한국노총 이남순 사무총장 등을 접촉했다.

오후엔 이만섭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방문,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을 만나 재계의 협조를 부탁했다.

단병호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와는 중재안이 나오기 하루전인 8일 미리
만나 노사정위 복귀를 촉구했다.

여느 때 같으면 쉬었을 토요일(11일)에도 박태준 자민련 총재를 찾아갔다.

13일에는 노동부 장관과 한국노총 위원장, 경총 회장 등 "노사정 고위급
대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발이 부르틀 지경이다.

하지만 여전히 성과는 시원치 않다.

지난 10일에는 도심에서 폭력시위까지 발생했다.

수백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여기에다 한국노총은 정부와의 정책연합을 파기한다는 자세다.

민노총은 곧 대규모 투쟁을 선언할 예정이다.

토라진 재계 역시 얼굴을 펴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 폐회전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만일 올 정기국회를 놓치면 노동계의 "동투"는 내년 봄 임금협상 시즌으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위기극복에 대해 의구심들이 많은 상황에서 노사분규
가 일어난다면 다시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

김 위원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독종"이라고 부른다.

한번 결심하면 누가 뭐래도 끝을 보고말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그랬다.

소신을 굽힌 일이 없다.

하지만 김위원장은 요즘 자신의 "스타일"을 내 팽개쳤다.

설득으로 타협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