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외환시장은 원화가치의 급등으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할 기업의 입장으로서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수출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주말 정부는 여론에 밀려 아쉬운대로 외환시장 안정책을 내놓았다.

이를 계기로 외형상으로는 원화 가치의 급등세도 진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외환시장의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언제든지 급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번주에는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을 살펴보고 궁극적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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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원화 가치가 급등하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엔화 강세요인에다 풍부한
외화사정과 정책당국의 어정쩡한 태도가 복합돼 있다.

앞으로 국내 외환시장의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원화 가치의 상승추세는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들어 국제투기자금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당국은 철저한 시장모니터링을 전제로 한 신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주말 발표된 외환시장 안정대책처럼 과거의 정책을 적당히 조합해 놓은
지극히 상황회피적인 대책으로는 안된다.

오히려 국내외환시장의 질서만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참여자들의 원화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의 확고한 입장표명과 가능하다면 이러한 의지를 구체적
인 수단을 동원해 시장에 확인시킬 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외환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외국자금
흐름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특히 이 과제는 중장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커질때는 중요성을 인정하다가 상황이 일단 호전되면 뒷전에 내몰려서는
악순환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분야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달성될 수 있는 과제다.

기업들도 최근처럼 자본자유화가 진전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수출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화 가치유지를 정부에게 마냥 요구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수출상품의 고도화와 품질이나 디자인과 같은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외환전문인력과 외환관리시스템 확보를 통해 기업 내부적으로도 환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