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삼성간 대산 석유화학공장 통합협상이 일본측의 공식 투.융자 계획서
제출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유화 빅딜 기본 계약서 체결 여부를 이달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
이다.

하지만 유화 빅딜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아직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해관계가 너무 얽히고 설킨 까닭이다.

통합을 적극 밀고 있는 곳은 현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에 설치된 유화
통합추진본부다.

현대와 통합추진본부측은 유화 빅딜이 지난해 12월 대국민 약속의 하나로
이뤄진 7대업종 구조조정의 하나라는 점을 지적,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의 열악한 재무구조와 세계적인 유화업체
M&A(인수합병)추세를 살펴볼때 통합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비해 삼성종합화학은 빅딜 약속은 지켜야 하겠지만 헐값엔 넘기지
않겠다는게 기본 입장이다.

미쓰이나 스미토모측이 25% 지분만 출자하고 통합법인 제품 수출권을
독점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현대와 삼성의 입장이 이처럼 다른 것은 양 그룹 사정에서도 기인한다.

빅딜 약속 초기만 해도 둘다 사정이 다급했다.

하지만 삼성은 그룹 전체적으로 정부 가이드라인인 부채비율 2백%를 앞당겨
달성했다.

반면 현대는 연말이 돼야 부채비율이 2백%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자금사정이 좋아진 삼성으로선 무리하게 빅딜을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일본에서도 각 업체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미쓰이 등이 공식적인 투자제안서
를 해오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미쓰이와 스미토모가 현대와 삼성 통합법인에 투자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엄청나게 높아지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로비를 벌였던
까닭이다.

실제로 유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M사 등은 인맥과 조직력을 총동원해
유화 빅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일본측이 구체적 투.융자제안서를 보내온 만큼 이제 유화빅딜의 공은 우리
에게 돌아왔다.

성사될지는 채권단 및 정부 의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떤 방식으로든 연내 결론을 내는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초 약속대로 빅딜을 하든,아니면 독자적 생존방안을 찾든 빨리 결론을
내는게 두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도 좋다.

물론 해당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국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게 결정의
기준이 돼야 한다.

< 강현철 산업1부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