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하워드! 역시 당신 말을 믿기를 잘 했군요"

한국의 최초의 외국계 벤처캐피털 회사 CDIB&MBS의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형근(43.영문이름 하워드 김) 이사.

그가 대만 본사인 중화개발공업은행(CDIB)의 관계자들과 만나면 곧잘 듣는
말이다.

코스닥 시장이 뜨면서 CDIB도 적잖은 수익을 올리게 됐다.

이는 김 이사의 투자심사 능력을 믿고 따른 결과.

CDIB는 그가 지분참여한 업체에 뒤따라 같이 투자하는 식으로 한국내 투자를
늘렸다.

김 이사가 <>18억을 투자한 스텐더드텔레콤에 1천만달러 <>6억원을 투자한
KMW에도 1천만달러 <>역시 6억원을 댄 일산일렉콤엔 5백만달러를 바로 따라
들어갔다.

CDIB가 이런 식으로 몰아준 돈은 모두 5천만달러를 넘는다.

엄청난 외자유치다.

게다가 이 외자는 IMF관리체제가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끌어들인 거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 달러가 한국 코스닥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드는데 큰 힘이 됐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CDIB가 김 이사의 투자 심사능력을 신뢰한 건 아니었다.

초기엔 다시 검토하고 망설이면서 투자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 회사는 머지않아 어김없이 대박을 터뜨렸다.

이런 식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반신반의하던 CDIB가 태도를 1백80도 바꾸게
된 것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75학번)을 졸업한 김 이사는 한진중공업과 현대중공업
에서 해외부문 기술영업을 했다.

기술의 장점을 설명해 수주를 따내는 게 그의 임무.

종합 공학작품이라 불리는 선박 등을 맡으면서 기술지식을 축적했다.

국제화 감각도 그의 무기다.

부산대에서 국제경영학 석사를 받은 그에게 영어는 기본.

외대 동시통역대학원과 연세대 어학당을 거치면서 스폐인어와 일어 실력까지
갈고 닦았다.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창업투자를 거쳐 한국기술투자(KTIC)에 있던
그는 지난 97년 CDIB&MBS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김 이사는 투자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직원들
에게 항상 강조한다.

투자업체의 실적 자체가 좋아져야 한다는 것.

내실을 쌓아 투자나 금융 등의 자금을 받지 않고 혼자 설 수 있는 벤처기업
을 만드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실제로 김 이사가 총 80억원을 투자한 하나시스템 일산일렉콤 실리콘테크
등 9개 업체들은 올해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건강한 벤처기업으로
부쩍부쩍 커가고 있다.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결국 미국 대만 이스라엘 등의
선진 벤처캐피털들과의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김 이사는
"앞으로 같은 CDIB 계열사인 미국의 CDIB USA 일본의 CDM 등과 연계해
공동으로 국제적인 컨소시엄 벤처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2)318-5200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