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 수준을 간신히 벗어난 대기업 사원인 C(27)씨.

지난 여름 2개월동안 유럽의 네덜란드로 장기출장을 다녀왔다.

현지에 도착한 후 정신없이 한 주일이 지나가고 한숨 돌릴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소식이 궁금해졌다.

뉴스를 검색하려고 가까운 인터넷 카페를 찾은 C씨는 어느 신문사 웹사이트
에 접속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화면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부호들로 가득 메워진 것이다.

그림이나 간혹 섞여 있는 영어는 제대로 표시돼 있었지만 한글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몇번이나 다시 접속해 봤지만 여전히 헛수고였다.

출장에서 돌아와 C씨는 자칭 컴퓨터박사라는 친구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컴퓨터는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의 언어나 문자는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컴퓨터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처리하는 문제는 항상 골칫거리
였다.

해외에서 한글 웹사이트를 읽을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는 공통적으로 처리되지만 일본에 있는 컴퓨터는 일본어만
나오고 다른 나라 글자는 모두 깨져 버린다.

인터넷이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 엄청난 양의 정보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지만 실제로는 이같은 "인터넷 언어장벽"
으로 인해 절반의 기능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죠이세븐(www.joy7.com)의 윤용상(35) 사장은 일찍부터 "인터넷의 언어장벽
을 극복하는 길은 없을까"라는 문제를 놓고 고민해 왔다.

윤 사장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지난 98년 캐나다에서 6개월동안
머물면서 직접 불편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한글로 된 웹사이트를 세계 어디에서나 불편없이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문제만 해결하면 한글뿐 아니라 전세계 어떤 언어라도 인터넷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문자를 그림파일(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림은 어느 나라에서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방법의 결정적인 단점은 속도가 느린 것이다.

홈페이지 화면 전체를 하나의 그림파일로 만들면 글자가 깨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불러들이는 속도가 엄청나게 떨어진다.

윤 사장은 궁리끝에 단어 하나하나를 따로따로 그림파일로 쪼개 인터넷에서
읽어들일 때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윤 사장은 드디어 지난 10월 인터넷의 언어장벽
을 거의 해결할 수 있는 "문자변환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지 꼬박 1년만이었다.

문자변환기는 홈페이지에 있는 텍스트만 그림파일로 만든다.

그밖에 하이퍼링크나 다른 그림은 그대로 두기 때문에 파일을 바꾼 후에도
똑같이 보인다.

이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인터넷언어 HTML의 소스를 분석하기 때문에 가능
하다.

물론 이렇게 변환된 홈페이지를 읽어들이는 속도도 늦다.

그렇지만 바뀐 홈페이지를 인터넷에 올려두면 세계 어디에서나 그 나라
말로 된 홈페이지를 불편없이 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그대로 보는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IME"라는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설치하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용하는 컴퓨터마다 수십 메가바이트(MB)의 용량을
잡아먹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거나 CD롬에 저장해 갖고 다니며 설치해야
한다.

더욱이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 사장은 "문자변환기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쪽에서 문자변환기로 홈페이지를 만들면 방문자는
인터넷을 통해 접속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자변환기의 주요 고객은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이다.

윤 사장은 현재 "다국적 문자입력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문자변환기가 인터넷에서 모든 언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다국적
문자입력기"는 모든 언어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다국적 문자입력기"가 완성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창업한 죠이세븐의 직원은 7명이다.

영업과 마케팅을 맡고 있는 최명신(35) 이사를 제외하면 모두가 개발인력들
이다.

죠이세븐은 "개발"에만 주력하고 상품화는 전문 유통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벤처기업답게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게 윤 사장의 지론이다.

윤 사장은 아주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군대에서 우연히 전산병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마스터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몇 곳을 거치면서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를 쌓았다.

이제 "인터넷 문자변환 기술"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