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대우자동차를 놓고 포드와 벌이던 샅바 싸움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정부가 공개매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잡았고 협상 테이블에 우선
GM을 앉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GM은 말하자면 대우자동차 매각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셈이다.

포드를 비롯한 경쟁 업체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일단 GM과의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GM과 먼저 협상을 하겠다고 나선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GM이 대우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GM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우 인수에 큰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동안 대우와의 인수협상을 위해 두차례에 걸쳐 양해각서를 교환했고
3~4차례에 걸친 실사 작업도 거쳤다.

반면 최근 대우차 인수 의사를 전해온 포드는 미덥지 않다는 판단이다.

오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은 포드에 대해 "못 먹는감 찔러나 보자는 것"
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전화나 한번씩 걸어 대우차 처리 방침을 물어온 피아트나 다임러크라이슬러
는 그보다 못하다는 것.

따라서 확실한 인수 의사를 갖고 있는 회사가 한곳에 불과한데 공개입찰에
부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둘째, 가능한한 대우차를 빨리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대우차를 입찰에 부칠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우차 처리에 시간을 보내면 회생 국면의 한국경제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셋째, 제값 받기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자동차 회사에 6개월 이상 경영 공백이 생기면 회사 가치는 한없이
떨어진다.

더욱이 대우는 해외 사업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가능한한 빨리
정리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GM의 인수의사가 분명한 만큼 수의계약을 통해서도 제값 받기가 가능하다는
분석인 셈이다.

그러면 GM은 왜 대우 인수에 목을 매달고 있을까.

대우가 자신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차례에 걸친 실사를 통해 대우를 속속들이 분석해낸 GM은 지난 6일 이사회
에서 대우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반드시 인수하라는 결정이다.

GM은 대우의 맨파워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의 연구개발 능력과 생산 현장에서의 창의성이 그들의 관심사다.

GM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소형차 연구개발에 과다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어
소형차 연구개발 및 생산기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싶어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우가 그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GM이 들어가 있지 않은 동유럽 지역의 공장을 한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도 더 없이 좋은 메리트다.

대우를 인수하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동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GM 관계자는 "대우를 결코 헐값에 인수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필요성을 절감했으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GM의 대우 인수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