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의 직물산지인 대구는 요즘 고부가가치의 패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 열기에 휩싸여 있다.

가는 곳마다 밀라노 프로젝트 이야기가 화제다.

대구를 밀라노와 같은 동양의 패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신제품개발센터 건설 등 17개 사업에 5년간 6천8백억원을 투자해 제직과
염색에 편중된 대구섬유산업을 기술과 지식 정보가 결합된 새로운 전략산업
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첫해인 올해는 20%에 가까운 진도를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달 신제품개발센터와 염색디자인실용화센터 니트시제품가공공장의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섬유정보지원센터는 전산전문기관에 용역이 발주됐고 핵심사업의 하나인
패션.어패럴밸리는 KDI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기본계획 용역을
준비중이다.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와 섬유종합전시장은 골조공사를 마치는 등 60%
가까운 공정을 보이고 있다.

패션정보실은 기자재 도입까지 완료됐다.

섬유패션대학도 곧 부지를 결정한다.

이미 섬유소재개발, 생산성 향상, 염색시설 도입, 폐수처리시설 건설,
직물비축협동화, 염색기술개발 등을 위해 1백4개 업체에 2백46억원이
지원되기도 했다.

업계차원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염색공단의 경우 염색기술연구소 니트시제품가공공장 등은 민자출연을
끝냈다.

신제품개발센터도 민자출연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배광식 대구시경제국장은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와 섬유종합전시장이
완공되는 내년부터는 사업계획의 가시적인 효과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과제중 하나인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도 아직은
미약하지만 서서히 정착되는 양상이다.

대량생산용인 워터제트룸이 퇴조하고 소량생산에 적합한 에어제트와
레피아직기로 대체되고 있다.

국제적인 의류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지역과 산지를 직접
연결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대구지역 직물업체와 동대문패션쇼핑몰 입주상인을 바로
연결하는 원단 전시장 건립이다.

이곳에서는 대구지역 직물업체들의 원단 샘플을 전시해두고 쇼핑몰 상인들이
주문하면 즉시 생산에 들어가는 신속대응시스템(QR)을 갖출 예정이다.

최근에는 대구.경북지역 섬유업체와 동대문시장의 봉제업체를 바로
연결시키기 위한 행사도 열렸다.

대구직물업체의 원단을 사용해 동대문 디자인으로 생산한 제품을 선보이는
페스티벌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누적돼
있다.

사업추진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대구시,섬유단체간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민자유치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연구시설이나 센터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중하면서 기술
개발과 신기술 제품의 보호 등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섬유관련 벤처기업
의 육성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계획자체가 정치적으로 결정돼 패션어패럴밸리 등 일부사업의 경우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밀라노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 될 인재 육성과 인력 유치도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임금 수준이 제조업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탓이다.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섬유업계에 모방 덤핑 출혈수출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기도 하다.

야드당 3달러대의 신개발품이 6개월만에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환율이 달러당 1천1백원을 넘어서면 생존의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 정도로 여전히 산업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