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노 다다오 <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

지구촌 인구가 올해 60억명을 넘어섰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하루 생계를 단돈 1달러로 꾸려가야 하는
극빈자의 숫자도 13억명을 헤아리게 됐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수치다.

이같은 인구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지구촌의 문제가 과연 무엇인지
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현재 전세계 빈민층의 70% 정도는 아시아지역에 거주한다.

이 아시아란 지역은 다음 세대중 약 10억명이나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빈곤과의 싸움"을 기치로 내걸고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지역이 바로
아시아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빈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성장세를 보였던
아시아지역에 이렇게 널리 빈곤이 퍼져 있다는 사실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빈곤과의 싸움에서 아시아지역은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30년전만 해도 이 지역의 절반은 아주 가난했다.

평균 수명은 48세에 지나지 않았고 성인 인구의 40%만이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빈곤층의 비율이 3분의1로 줄어들었다.

평균 수명도 65세로 늘어났고 교육받은 인구의 비율도 70%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 전체 인구가 18억명에서 30억명으로 증가한 반면 빈곤층
은 30년전에 10억명을 초과했으나 이제는 9억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에는 아직 다양한 형태의 빈곤이 널려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빠르고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만을 생각한다면 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빈곤 구제를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성장을
꾀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빈민구제에 최종적인 목표를 두는 성장전략(pro-poor growth)을
구사해야 한다.

이 전략을 통해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그들에게는 주위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들은 생계유지에 필요한 기술과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어리거나 아주 늙은 사람들이며 대부분이 여자로 구성된다.

또한 그 가운데 대부분이 인종적으로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빈곤이 단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득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육 복지 위생 등 모든 사람이 부여받아야 할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서비스
로부터의 소외를 포함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발언권을 갖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가 없는 것도 결국은 빈곤으로 연결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이 지역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총체적인
전략을 수립했다.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빈민구제를 최종 목표로 한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노동력을 흡수하는, 다시말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장이어야
한다.

여성인력이나 기존의 배척당한 계층을 포함, 빈민층을 위한 고용과 임금창출
이 용이하도록 경제정책과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민간부문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 일터가 완벽한
복지수준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회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성장이 제공하는 각가지 기회가 빈곤층에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조성한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교육 기회와 복지 및 위생에 대한 서비스가 주어지지 않고서는
빈민층과 그 자손들이 사회에 참여하거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

특히 여성들은 가난이란 짐으로부터 고통받고 있으며 그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가족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과 계속되는 빈곤간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
가 있다.

아시아지역은 대개 많은 자식을 낳아 결과적으로 가난을 공유하는 사회구조
를 띠고 있다.

따라서 여성에게 보편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런 빈곤의 악순환
에서 벗어나는데 필수적이다.

빈곤을 퇴치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은 각국 정부에 있다.

그러나 빈곤퇴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정부는 믿을만한 빈곤퇴치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단체와 기업체 자선단체는 물론 빈민층을 이 대역사에
끌어들여야 한다.

지난 수십년의 세월속에서 우리는 매우 소중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바로 "절대빈곤은 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 정리=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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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에 실린 치노 다다오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