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엔 99년은 어려운 한 해였다.

화물비행기 폭발 ->오너경영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발언 ->국세청 세무조사
->오너의 구속 등 연이은 메가톤급 "한진 쇼크"는 재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다.

지난 4월20일 국무회의 석상.

"상하이 대한항공 화물기 폭발사고는 성장위주의 권위주의적인 오너경영이
일으킨 표본적 사고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같은 경영간섭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김 대통령은 대한항공이 전문경영인으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발언은 시장경제 체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사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이라며
재계는 우려했다.

사고를 낸 대한항공에 대한 제재는 있을 수 있지만 국정최고 책임자가
경영체제까지 얘기한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었다.

김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이틀 뒤에 조중훈(79)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과 조양호(50)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 출신의 심이택(61)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이후 한진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라는 시련을 겪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구속됐다.

검찰수사결과 조세회피 지역내 자회사를 통한 외화도피 혐의에 대해 한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되짚어보면 국세청이 무리하게 법적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진의 기묘년 시련사는 정부의 사기업 경영간섭에 대한 정당성여부를 놓고
시비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진그룹은 먹구름을 헤치고 순항중이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세계적인 선진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안전운항을 최우선으로 경영목표를 바꾸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중이다.

세계적인 항공사와의 글로벌 얼라이언스 출범, 금융계열사 그룹분리 등도
이런 작업의 하나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부사장 영입을 추진중이다.

델타항공 운항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그린버그(58)씨를 곧 부사장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보수경영이 몸에 익은 한진에서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처럼 한진그룹은 탈세사건이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안감힘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민족의 날개"로서 쌓아온 명성과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항공안전 부문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 델타항공으로부터 2백억원을
들여 지난 11월까지 1년7개월간이나 컨설팅을 받았다.

조종인력의 근무시간을 미국 연방항공법 기준으로 한층 강화했다.

최대 30%까지 조종시간을 줄여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안전한 운항이 되도록
했다.

지난 6월엔 미국 FSB에 향후 2년간 조종사 훈련 및 평가 부문을 위탁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제사회의 신뢰도 회복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직원들의 공무출장 때 대한항공을 타지 말도록 했던 조치를
7개월만인 지난달 전면 해제했다.

특히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가 주축이
돼 "글로벌 얼라이언스"란 국제동맹체제를 내년초 공식출범시키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들 4개사는 공동 로고 및 상표 제정, 세계 일주노선 구축 등 동맹 마케팅
을 펼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육.해.공 운송업 중심의 물류전문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한진그룹의 계열사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직후 25개에서 19개로 줄었다.

물류중심 사업재편 전략에 따라 동양화재해상보험 한진투자증권
한불종합금융 등 금융계열 3개사를 내년 6월까지 그룹에서 완전 분리하기로
했다.

한진이 올 시련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종합물류기업으로 비약할 지
관심거리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