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김윤규 사장(현대아산 대표)은 "Y2K"로 불린다.

북한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사업 협상을 진행하면서 붙여 준 별명이다.

"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문제"만큼이나 상대하기가 벅차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사장의 추진력과 협상능력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예다.

그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발탁된 때는 IMF 체제로 기업들이 한창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10월이었다.

69년 현대건설 기계부에 입사한지 30년만이다.

김 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후 가장 먼저 내놓은 모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였다.

우리나라가 오일쇼크로 침체에 빠졌던 70년대 후반 건설의 중동진출로
재도약의 물꼬를 텄듯이 건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재기를 해보자는 취지
였다.

"처음엔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자신감도 의욕도 모두 저하된
상태였지요. 임직원들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못된 것은 없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강조했어요. 감원 조직축소 같은
소극적인 방식보다는 적극적인 경영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했습니다"

김 사장의 경영방식은 특이했다.

대부분 건설업체가 외형을 축소하는데 급급했지만 그는 오히려 확장에
주력했다.

전체 파이를 키우면 일자리가 많아지고 돌아오는 몫도 그만큼 커진다는
계산이었다.

공략대상은 국내가 아니었다.

밖이었다.

외부에서 불을 지피면 내수는 자연히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같은 김 사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현대건설은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건설의 올해 경영성적은 눈부시다.

IMF 관리체제 이후 침체됐던 해외수주의 물꼬를 다시 텄고 8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해외전환사채 발행과 증자를 단행, 지난해말 5백30%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연말께엔 2백5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불가능해 보이던 금강산 관광사업도 궤도에 올려 놓았다.

"내년 현대건설의 순이익을 올해보다 4백% 늘어난 5천억원으로 책정
했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벌려 놓은 사업들을 내실있게 가꿔야죠"

새 밀레니엄을 맞아 e비즈니스를 포함, 새로운 사업구상에 골몰하고 있는
김 사장의 각오다.

< 유대형 기자 yoo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