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스트리트저널지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금 "근로자 주주혁명"이 진행
중이다.

80년대 중반 20%에 불과했던 주식 보유 가구비중이 오늘날 52%로 급증
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이 얘기하던 "인민 자본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근로자 자본가(worker capitalists)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자 자본가 시대 하면 찰스 슈왑(Charles Schwab & Co., Inc.)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61세의 슈왑 회장이 1974년 할인주식중개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증권사를 차려 시작된 회사다.

금융선진국인 미국도 80년대 초까지는 대형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자금시장
을 거의 독차지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에 은행문턱은 높기만 했고, 서민들에게 주식투자는 남 얘기였다.

특히 보통사람에게 있어 주식투자는 비싼 수수료와 수만달러 이상 되는
최저투자한도, 그리고 큰손들에게만 귀엣말로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 영업
관행 등으로 경원의 대상이었다.

이 때의 도전자가 대형은행의 경우 마이클 밀큰이었고, 증권사의 경우 찰스
슈왑이었다.

슈왑은 13세때부터 주식투자를 할 정도로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 자신 호구지책과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트럭 운전 등 막일을
가리지 않았던 서민출신이었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인지 그는 서민을 위한 증권사를 추구했다.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다수 고객의 소액투자를 통합해 보통사람도
고가 황제주를 소유할 수 있게 했다.

투자정보는 있는 대로 고객들에게 차별 없이 공개했다.

하지만 슈왑의 성공은 90년대 들어서의 일이다.

그 전 15년간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금융업의 밑천인 신뢰가 금방 생길리 없는 점도 있지만 도대체 시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창업 후 10년 가까이 주가가 700대(다우지수로)에서 꿈쩍도 안했다.

결국 9년만에 손을 털었는데, 그러자 주가가 뛰었다.

4년 후(87년) 순전히 빚으로 이를 되샀지만, 이내 대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이같은 초기 불운에도 불구하고 슈왑은 지금 미국 금융계 정상에 서 있다.

증권업계와 은행업계 선두주자들이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천지 선정 "21세기 10대 전자상거래기업"을 비롯해 온갖 영광스런 지칭이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슈왑은 더 이상 할인증권사, 또는 증권사가 아니라 정상의 금융사
로 불린다.

6백28만명 고객 자산 6천4백억달러를 굴리며 6억달러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다.

자기자본이나 종업원 수는 메릴린치의 6분의 1,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기업가치, 수익성, 성장성 면에서 모두 메릴린치를 능가하고도 남는다.

지난 10여년간 슈왑 주가는 연평균 63% 올랐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 연평균 상승률은 13%였다.

분명 시대를 초월한 비범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용과 투철한 봉사정신이 아닌가 한다.

슈왑은 윤리경영 투명경영, 공정경쟁을 최대 가치관으로 삼고 있다.

"주식투자에 대한 쓸데없는 신비감을 벗겨내고 개인투자가들에게 힘을 주어,
만인이 윤리적이고 유용한 금융서비스를 만끽하게 한다"가 기업사명이다.

또 자금운용보다는 고객서비스에 주력했다.

즉 자기 펀드를 팔기 보다 남의 펀드가 좋으면 그것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충실한 시장정보와 효율적인 거래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수료를 탐해 거래를 부추키기는 커녕 오히려 투기적 단타거래를 제도적
으로 억제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부유층으로 높여 놓겠다는 사명감이 사업 행위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러니 슈왑이야말로 근로자 자본가의 산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