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말리는 철이 돌아왔다.

강원도 대관령과 진부령 일대 덕장(황태 말리는 곳)은 이번 주말부터 명태
를 하나 둘 내걸기 시작한다.

나무만 덩그러니 있어 황량하기까지 했던 덕장이 풍성한 수확을 알리는
황태들로 빼곡이 들어차게 된다.

이색적인 풍경인 데다 올해 말린 황태를 싸게 살 수 있어 겨울여행지로
제격이다.

우리나라 명태어장은 강원 고성군 거진항에서 연안 10마일 이내다.

여기서 잡은 명태를 지방태, 북태평양과 베링해 등에서 잡아오는 것을
원양태라 부른다.

요즘은 지방태 수확량이 크게 줄어 황태는 대부분 원양태로 만든다.

부산항에 들어온 원양태를 강릉의 화주가 사와 대관령과 진부령에서 덕장을
운영하는 덕주들에게 용역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황태는 대관령이 위치한 강원 평창군 횡계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70% 가량이 진부령 지역에서 나오지만 품질은
횡계산이 더 낫다고 한다.

횡계가 진부령보다 더 춥고 겨울도 오래 지속되기 때문.

당연히 값도 더 비싸다.

한급(20마리)에 산지가격으로 상품은 3만원, 중품은 2만~2만5천원이다.

황태는 북어와 다르다.

명태를 말린 것이란 점은 같지만 말리는 기간에 차이가 난다.

황태에 비해 20일 정도 빨리 말려 출하한게 북어다.

동해시 등 바닷가지역은 영서지방에 비해 겨울철 기온이 높아 빨리 말려
내놓는다.

그래서 황태에 비해 딱딱하고 고소한 맛도 덜하다.

횡계일대 덕장은 횡계리 로터리에서 용평리조트로 들어가는 길가와 삼양목장
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횡계리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국도변에도 덕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겨울이 짧아지고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서 덕장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한 겨울엔 장관을 연출한다.

황태는 12월 중순부터 다음해 4월까지 5개월 가량 눈바람을 맞히면서
말린다.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살이 부드러워지고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빛깔도 노랗게 변한다.

이렇게 오래 말려야 고소하고 진한 냄새를 풍기는 맛있는 황태가 된다.

그렇다고 그냥 걸어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비가 오면 낭패다.

덕장에서는 일기예보를 보고 다음날 비가 올 것 같으면 비상이 걸린다.

가마니로 황태를 씌우느라 난리가 난다.

이런 정성이 모아져서인지 황태는 영양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독작용이 뛰어난 건강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대인들이 농약을 많이 쓴 농산물을 먹고 약도 많이 먹는 현실을 볼 때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

동의보감도 각종 암과 난치병을 완화시키는 식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요리도 찜 구이 탕 조림 무침 불고기 등 갖가지로 만들 수 있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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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러볼만한 곳 ]

횡계리 일대는 대관령과 가깝기 때문에 둘러볼만한 관광지가 많다.

용평스키리조트가 바로 옆에 있다.

또 삼양 대관령목장은 해발 1천m이상의 고원지대에 펼쳐진 초지로 이국적
이고 광활한 경치가 압권이다.

동해안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인근 차항리에는 대관령 자연설썰매장이 있다.

인터체인지에서 횡계리 반대편인 용평휴게소 앞을 지나가면 나온다.

또 대관령 자연휴양림은 70년이 넘는 소나무들로 빽빽한 숲속으로 이뤄져
있다.

눈꽃내린 오솔길을 걸어보는 추억을 만들어도 괜찮을 듯하다.

황태여행을 오면 황태요리도 먹어야 기분이 난다.

횡계리에 있는 황태회관(0374-335-5795) 동원식당(335-5794) 한양회관
(335-8228) 삼청회관 등이 유명하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