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들이 허위구인 광고로 울고 있다.

경기가 많이 나아졌다지만 취업문은 여전히 좁기만 하다.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대기업이라도 핵심분야 외에는 인력 채용을 꺼리는
데다 IMF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소기업은 채용 여력이 없어서다.

이렇다보니 허위구인 광고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유형이 다양해지고 기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구직자를 구하기 힘든 직종을 관리직이라고 속이는가 하면 취업을 미끼로
실직자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1년전 직장을 잃은 김모(38.부산시 부산진구 범천 1동)씨는 지난달말
생활정보지에서 A물산이 정규사원과 일반사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회사를 찾아갔다.

정작 알아보니 영업관리직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물론 기본급도 형편없었다.

말이 관리직이지 한달에 일정량 이상을 팔아야만 판매수당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외판사원과 다름이 없었다.

지난 2월 상업고교를 졸업한 뒤 아직까지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이모
(18.여.전주시 덕진구)양도 지난 11월초 생활정보지에 실린 골프경기보조원
광고를 보고 모집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회사측은 "일단 만나본 뒤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며 방문을 권유했다.

뭔가 찜찜해 찾아가지 않았다.

며칠 뒤 우연히 그곳을 방문했던 친구를 만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직업소개소에서 캐디를 모집하는 것이었어. 그런데 선불금을 달라면서
소개요금도 엄청나게 요구하더라고.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것 같아
나와버렸지"

노동부는 지난 7월에 이어 지난 11월 1일부터 13일까지 허위구인 광고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였다.

지난 7월 단속을 실시한 뒤에도 구직자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한 허위구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방노동관서마다 생활정보지와 직업정보지 일간지 등에 게재된 구인광고와
옥외 및 인터넷의 구인광고를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단속 결과 모두 3천82건이 적발됐다.

지난 7월의 1천1백12건보다 무려 1백77% 증가했다.

위반내용별로는 허위 구인을 목적으로 구인자의 신원(업체명 또는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광고가 전체의 40.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인을 가장해 <>물품 판매 <>수강생 모집 <>자금 모금 <>부업 알선
등을 유도한 광고가 23%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구인자가 실제로 제시한 직종과 고용형태 근로조건이 응모할 때와 현저히
다른 경우도 17.4%를 차지했다.

죄질이 나쁜 구인업체도 많았다.

부산지방노동청은 부산진구 S물산을 직업안정법 위반혐의로 부산진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사원모집 광고에는 열전자 반도체로 전세계적으로
사용특허를 얻은 환경기술 전문업체라고 선전돼 있었다.

조사결과 다단계 유통업체로 확인됐다.

수사가 진행되면 선의의 구직자 피해가 드러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천지방노동사무소는 부천 남부경찰서에 (주)S상호금융 경기지점의 M부장을
직업안정법위반 혐의로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생활정보지에 직원모집, 평생 고소득직, 퇴직자 및 주부 환영, 35세
이상 출.퇴근 자유근무라는 구인광고를 실었다.

그렇지만 투자자 모집이 실질적인 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관계자는 "허위 구인을 목적으로 구인자의 신원을 표시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와 수사의뢰는 물론 광고매체에 대해서도 행정지도를 병행
하겠다"고 말했다.

< 최승욱 기자 swchoi@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