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격이 급등해 회복국면에 접어든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원유가격은 연초 배럴당 10달러 안팎이었으나 최근 배럴당 25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연간 8억5천만배럴을 수입하는 한국은 상반기 45억달러, 하반기 90억달러를
원유 수입대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유가 급등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유회사들이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였다면 원유수입대금의 절반은
아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방법은 정유회사들이 국제선물시장에서 원유가격 상승에 대비해 헤징
(Hedging)을 하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부터 중동의 산유국들은 원유감산 논의에 들어갔다.

석유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석유가격이 오르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국내 정유회사들은 시카고 선물시장이나 런던 선물시장에서 석유선물을
매수할 수 있었다.

석유선물을 매수한 후 원유가격이 오른다면 현물에서 추가지출해야 할
금액중 상당액을 선물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다.

만약 원유가격이 내린다면 선물에선 손해를 보겠지만 현물도입에서 이득을
보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선물거래 비용만 내면 된다.

하지만 국내 5개 정유회사중 선물헤징에 적극적인 기업은 하나도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내 전력연구단에 따르면 국내 5개 정유회사의 석유선물
투자는 도입금액의 0.7%에 불과하다.

선물헤징을 거의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유회사 입장에선 선물헤징을 하지 않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원유도입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면 그만이다.

특히 5개 정유회사 모두 선물헤징을 하지 않는다면 회사내부에서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름값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유회사들이 원유도입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원유도입물량의 30~50%에 대해 헤징을
건다.

이에 비하면 국내 정유회사들은 "암묵적 담합"으로 선물헤징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 풀이할 수 없다.

정유회사들은 석유선물 헤징을 한다면 연간 80억~90억달러는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