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무원들이 시금고 운영기관인 한미은행에 거액의 예금꺽기를 당한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시는 지난 9월 한미은행에 예치돼 있던 4백80억5천여만원의 부실화된
특정금전신탁을 현금화하는 문제를 한미은행측과 합의한 결과 평가액보다
높은 3백34억원을 현금으로 돌려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현금화된 액수는 1백여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2백20억원
가량은 연리 1%의 보통예금으로 예치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더욱이 이 돈은 은행측에서 내년 9월까지 1년동안 입출금이 불가능하도록
지급정지시켜 놓아 연리 1%짜리 정기예금을 든 것과 마찬가지여서 사상
유례없는 꺽기가 이뤄진 셈이다.

이에따라 인천시는 정기예금 금리기준으로 연간 13억여원의 이자손실은 물론
각종 기금으로 벌이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시는 이처럼 꺽기를 당하고도 그동안 관련 예금 전액을 현금화한 것처럼
홍보해와 시민을 속여왔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문제의 특정금전신탁은 인천시가 퇴출된 경기은행에 4백80억5천여만원을
예치했으나 은행 퇴출과 함께 한미은행으로 흡수합병되면서 예금의 절반가량
을 포기해야할 실정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경기은행이 맡고 있던 시금고업무를 한미은행이 승계함에따라 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특정금전신탁의 현금화를 추진해왔다.

인천발전연구원은 꺽기로 자금이 묶임에따라 40억원의 자금이 묶여 인천시에
예산지원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노인복지기금 1억6천여만원, 모자복지기금
3억여원 등 각종 기금들의 내년 예산집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오태석 인천시자치행정국장은 "시재정의 손실을 적게 보는 방향으로 협상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지만 내년중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 인천=김희영 기자 songk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