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멀다
지게여
들판에는 아직 익어야 할 벼가 있는데
떠나간 집 담벼락에 기대어
너는 몸을 꺾고 쉬는구나
우리들 따뜻했던 등이여
아버지여

* 이상국(1946~)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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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보다도 아버지를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시다.

"들판에는 아직 익어야 할 벼가 있는데" "몸을 꺾고 쉬는" 것은 지게이기
보다 아버지다.

마찬가지로 "우리들 따뜻했던 등" 역시 아버지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떠나간 빈 집 담벼락에 기대어 쉬고 있는 지게를 보면서
아버지를 생각해낸 것이 시를 쓴 동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설명없이 "아버지여"라는 한 마디로 끝냄으로써 시가 더 쌈박해졌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