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은 19일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어조로 GM의 대우차
인수반대 논리를 전개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처한 현실과 갈수록 어려워지는 해외 수출시장 여건을
설명했다.

-요즘 대우차 인수를 둘러싼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현대는 대우를 인수할 형편이 안된다.

그러나 이제 대우 매각과 관련한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GM의 대우인수 여부 문제가 그렇다"

-GM의 대우차 인수를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자동차산업은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다.

그러나 GM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기술이전을 하지
않았고 부품업체도 키우지 않았다.

과거 GM이 대우와 합작해 경영을 했을 때도 기술개발은 뒷전인채 로열티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그것이 대우 부실의 한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GM이 고용승계를 한다고는 하지만 문서화되지 않은 약속이다.

철저히 확인해봐야 한다.

말로만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할수는 없다.

게다가 수출이 안된다.

수출이 안되고 로열티를 거둬간다면 껍데기 공장이 아닌가"

-그렇다면 대안이 있나.

대우차는 어차피 매각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국내에서 합작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외국에 넘길 사업이 아니다.

선진국들도 자동차산업만큼은 철저히 보호하고 있지 않은가"

-현대는 대우를 인수할 의향이 있나.

"아까도 말했다시피 대우 전체를 인수할 여력은 없다.

그러나 대우 폴란드공장에는 강한 인수의지를 갖고 있다.

폴란드 공장은 국가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국내 업체가 경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인수방식은 자산인수(P&A)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폴란드 공장인가.

"유럽은 국내 자동차회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수출보다는 현지공장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유럽은 과잉설비 문제로 생산시설 증설을 꺼리고 있다.

규제도 심한 편이다.

결국 우리가 유럽지역 수출을 늘리려면 폴란드공장 같은 기존 시설을 활용
하는게 경제적이다.

이를 외국기업에 넘겨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